"IT·패션·엔터 기업 모이면서 클러스터 형성"
입주 기업 대부분 B2C 사업 모델
성수 오피스 가격 상승은 유입 제한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 본사 아이아이컴바인 성수동 사옥 전경. 이정윤 기자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 본사 아이아이컴바인 성수동 사옥 전경. 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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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배경으로 사진 좀 찍어주세요."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성수동에 들어선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 본사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 입구엔 관광객으로 붐볐다. 지난해 9월 오픈한 '젠틀몬스터 하우스 노웨어 서울'로 불리는 사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은 연면적 3만700㎡, 지상 14층 규모로 콘크리트가 돌출된 외관 덕에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관광객은 "평소 젠틀몬스터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 성수동에 온 김에 사옥까지 찾게 됐다"며 "건물이 웅장한데 외관이 독특하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뒤 들어선 내부엔 설치미술과 젠틀몬스터 제품이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성수동이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지를 넘어 오피스 거리로 변신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유동 인구가 많아진 현상에 더해 건물이나 오피스를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기업과 사람이 몰리면서 새로운 오피스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


성수동의 오피스 거래 증가율은 그동안 서울 내 핵심 지역으로 불리는 도심권역이나 강남, 여의도를 크게 웃돌고 있다. 31일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업체 NAI코리아에 따르면 성수동 오피스 거래 규모는 지난 2년 동안 300% 넘게 증가했다. 금리 인상 등 여파로 2020년 이후 거래 규모 가장 적었던 2023년에는 1222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4년엔 3675억원, 지난해엔 4993억원까지 늘었다. 최근 2년간 거래증가율은 연평균 308.6%에 달했다. 강남권역(GBD) 강남구는 1조4672억원에서 4조2222억원으로 187.8%, 여의도권역(YBD) 영등포구는 3440억원에서 9854억원으로 186.5% 증가했다. 절대적인 금액 규모는 적지만 성장폭은 가장 가팔랐다. 서울 도심권(CBD)에 속하는 종로구는 같은 기간 2조336억원에서 2조7298억원으로 34.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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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는 이미 주요 기업들이 사옥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PUBG)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옛 이마트 성수점이 있던 곳에 신사옥을 건설 중이다. 지하 8층에서 지상 17층 규모다. 업무와 직원 복지, 고객 체험형 공간 등으로 구성된 '크래프톤 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일대에만 건물 7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회사 무신사는 2022년 본사를 강남구에서 성수동으로 이전했다. '무신사 스토어 성수' 등 무신사 관련 오프라인 매장도 10곳가량 운영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역명병기 입찰에 참가해 성수역(무신사역) 병기권도 따냈다. 이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도 강남구에서 성수동 D타워에 입주했고 차량 공유업체 쏘카도 같은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또 서울숲 맞은편 삼표레미콘 부지에는 79층 규모의 업무·숙박·문화·판매 시설을 갖춘 복합 단지가 들어선다. 연면적은 약 4만8000㎡로 이르면 올 연말 착공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성수 IT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를 준공업지역 전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또 권장 업종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을 추가하고 IT 중심 산업 구조에 콘텐츠를 더한 업무지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성수동 크래프톤 신사옥 공사 현장. 이정윤 기자

성수동 크래프톤 신사옥 공사 현장. 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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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자리 잡은 기업들은 빌딩 외관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크래프톤 신사옥은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유명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를 맡았다. 수직 디자인을 반영하고 사계절 경관조명을 적용한 외관 디자인을 선보일 방침이다. 이는 입주 기업 대부분이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위주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외국인을 비롯해 유동 인구가 많아 브랜드 홍보 및 유행 분석을 위해 기업들이 성수동에 오피스를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성수동에서 패션 및 스튜디오 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오픈 스튜디오에 자사 제품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유동 인구에 광고하기 위해서 성수동에 사무실을 얻게 됐다"며 "업종 특성상 유행이나 입소문에 민감한 만큼 사람 많은 곳이 가진 장점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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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연관 기업을 불러들이는 선순환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무신사가 성수로 본사를 옮긴 후 그 일대에 편집숍에 들어선 데 이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아더에러 오피스도 이전했다. 무신사 역시 스튜디오 성수점을 건립하는 등 기획에서 유통, 마케팅까지 산업 활동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클러스터를 형성해가고 있다. 기업 집적 효과를 보고 오피스 이전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성수동 내 100명 이상 종업원을 둔 사업체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21년 114개에서 2024년 137개로 3년 동안 20%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동구 내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 수도 158개에서 188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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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상 NAI코리아 리서치센터장은 "성수동 오피스 수요 자체는 매우 뜨겁다"며 "IT, 패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클러스터가 형성됐고 이제는 집적 효과 자체를 보고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각 있는 기업들이 한곳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인재가 몰리고 트렌드 정보가 교류되고 협업 기회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다만 성수 오피스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기업 유입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보다 중견 및 대기업 위주로 오피스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15년 전만 해도 성수동 땅값은 평당 2000~3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성수 오피스 중심지에선 3억원 이상 거래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성수동 1가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 사이 토지면적 37평(124.3㎡), 연면적 91평(302.1㎡) 규모 3층 건물이 130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센터장은 "과거에는 싼 가격 때문에 기업이 성수동으로 왔다면 현재는 프리미엄 가치가 많이 붙어 강남 테헤란로 같이 많은 돈을 지불해야 이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성수동 오피스 수요를 이루는 기업이 중견 기업 이상으로 좁아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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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성수 오피스 가격이 강남이나 여의도와 비교될 정도로 많이 높아진 만큼 중소기업 입장에선 마곡산업단지 등 대체지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라며 "임대료가 많이 올라가 대기업 같이 오피스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으로 수요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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