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길이 바꾸자 빛의 길도 달라졌다…차세대 태양전지 단서 찾았다[과학을읽다]
네이처 케미스트리 게재…발광 효율 47%→75%, 광전자 소재 설계 새 패러다임
분자를 길게 연결해 배열하는 방식만으로 빛 에너지의 이동 경로와 발광 효율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차세대 태양전지와 고효율 발광소자, 인공 광합성 기술의 핵심인 엑시톤 거동을 분자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 길을 연 성과다.
연세대학교는 김동호 화학과 명예특임교수 연구팀이 프랑크 뷔르트너(Frank Wurthner)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 교수팀과 공동으로 유기 분자의 길이와 배열에 따라 빛 에너지 이동 방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hemis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염료 분자를 여러 개 정밀하게 연결한 '폴더머(foldamer)' 구조를 새롭게 개발하고, 분자 길이를 2개에서 최대 14개 단위까지 단계적으로 늘려 빛과의 상호작용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분자가 약 4~6개 이상 연결되는 순간부터 형광 특성이 급격히 달라졌다. 발광 효율을 뜻하는 양자수율은 기존 이합체에서 약 47% 수준이었지만, 14개 연결 구조에서는 최대 75%까지 상승했다.
연구팀은 이를 단순한 분자 수 증가가 아니라 여러 여기 상태가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다중 엑시톤(multiexciton) 상태 형성 때문으로 분석했다. 분자가 일정 길이를 넘어서면 엑시톤의 생성과 이동 경로 자체가 바뀌면서 빛 에너지 흐름이 근본적으로 재설계된다는 의미다.
특히 공명 라만 분광법과 초고속 시간분해 분광 기술을 통해 분자 길이가 길어질수록 이차 구조 배열과 엑시톤 동역학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관찰했다. 기존에 널리 쓰인 단순 이합체 모델만으로는 실제 고체 광전자 물질의 복잡한 에너지 이동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다.
이번 성과는 분자의 길이와 배열만으로 빛 에너지의 흐름을 사전에 설계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태양전지, 인공 광합성, 고효율 발광소자, 분자 기반 전자선로 등 미래 광전자 기술 전반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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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분자를 어떻게 연결하고 배열하느냐에 따라 빛 에너지의 흐름을 미리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자연계 광합성처럼 정교한 에너지 전달을 구현하는 인공 광소자 개발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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