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w]리사 수 방한으로 읽는 한국기업의 위기와 기회
이번엔 리사 수다. 젠슨 황의 '깐부 회담'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리사 수가 전격 방한했다. 한국은 AMD 입장에서 메모리와 제조 협력 파트너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곳이면서, AMD가 공급하는 칩을 실제 서비스와 데이터센터에 얹어볼 고객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다. 실제로 AMD는 이번 방한 기간에 삼성전자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협력을 확대했고, 네이버와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협력을 통한 서비스로의 전환에 대해 발표했다. 이는 AMD가 엔비디아 독주 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해 한국을 협력 거점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고 읽을 수 있다.
이 점에서 한국 기업에는 분명히 기회가 있다. 엔비디아와 AMD의 경쟁이 가속화할수록 한국은 메모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그리고 서비스 통합 등 여러 층위에서 떨어지는 열매를 먹을 수 있다. 삼성은 HBM과 제조 협력에서, 업스테이지는 국산 AI 모델과 인프라 레퍼런스에서,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확대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회는 언제나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계속 협력사이자 납품자에만 머문다면 칩 설계와 모델, 수익화의 핵심 과실은 결국 미국 플랫폼 기업이 가져가고 한국은 하드웨어와 인프라 공급의 하청업자 지위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청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번 AMD의 방한은 기회인 동시에 다가올 위기를 시사한다.
특히 네이버는 AI 칩을 실제 서비스에 얹을 고객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지만, 방한의 결과는 아쉬운 측면이 많다. 네이버는 얼마 전 클로바X를 중단하고 범용 챗봇 경쟁보다 AI를 돈이 되는 서비스에 얹어서 통합과 수익화에 집중하겠다는 현실적인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범용 생성형 AI 경쟁, 즉 핵심기술은 포기하고 한발 물러난 것처럼 보인다. 즉 네이버는 기술 인프라와 클라우드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AMD의 GPU를 대량으로 받아 무엇을 얼마나 압도적으로 보여줄 것인가라는 서비스 측면의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네이버는 GPU와 인프라를 확보하고도 이를 차별적인 서비스로 전환하지 못한 채 한국 시장에 머무는 로컬 플랫폼 사업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와 AMD 간 심화하는 경쟁체제에서 과실이 중간에서 떨어지는 때, 이미 위기는 가까워지고 있다. GPU를 받아서 서버실에 쌓아두고 클라우드 역량만 키우는 데에서 실제 매출과 연결되는 서비스, 즉 검색과 쇼핑 서비스, 헬스케어, 금융서비스, 나아가 제조 AI, 자동화 같은 영역에 빠르게 얹어 수익화를 실현해야 한다. 삼성도 네이버도, 한국은 최신 GPU를 '공급받는다, 협력한다'에서 나아가 우리는 그 GPU로 '이런 사용자 경험과 이런 산업용 AI를 만든다'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경쟁 구도에서 중간 이익만 챙기는 나라가 아니라, 실제 플랫폼 가치와 서비스 가치를 창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GPU와 데이터센터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전력과 망 연결 같은 인프라 병목은 정부가 먼저 풀어야 한다.
AMD와 엔비디아의 경쟁 심화는 한국에 분명한 기회다. 하지만 그 기회가 자동으로 한국의 승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계속 잘 만든 부품을 납품하고 공급받는 나라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새로운 AI 서비스와 시장을 여는 나라가 돼야 한다. 과실을 먹으며 몸집을 빠르게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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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나경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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