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12개 권역·5000㎞ '광폭 행보'…300일 '권역별 타운홀' 대장정
수도권 제외, '지역 균형발전' 기조 내걸고 광주에서 제주까지
실제 동선, 전통 시장 방문 등 반영하면 더 늘어
현장 참석자만 2500여명…'현장 토론 정치' 실험
지역 민원과 현장 민원을 중앙 정부 의제로
권역별 타운홀 사실상 마무리…현안 중심 타운홀 이어갈 듯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주재한 12번째 타운홀 미팅을 끝으로 취임 후 300일 동안 수도권을 제외한 권역별 타운홀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6월 광주·전남에서 첫발을 뗀 뒤 대전, 부산, 강원, 대구, 경기 북부, 충남, 울산, 경남, 전북, 충북을 거쳐 제주에 이르기까지 12개 권역을 돌며 지역 현안을 직접 듣고 해법을 모색하는 '현장 중심 정치'를 이어왔다.
이 대통령의 의지로 이어온 지역별 타운홀 미팅은 단순한 민생 행보를 넘어 권역별 핵심 현안을 대통령이 직접 듣고 공개적으로 답하는 정책 플랫폼 성격이 짙었다. 현장 참석 인원은 광주 100명, 충북 200명, 제주 200명, 대전 300명, 부산 300명 등 권역별로 100명에서 최대 300명으로 총 2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통령이 타운홀 미팅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직선 거리(타운홀 미팅 장소)로 단순 계산해 왕복으로 5000㎞를 웃돈다. 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근무할 때 열린 1~7차 타운홀의 왕복 직선거리를 합치면 약 2300㎞, 지난해 12월 29일 청와대 복귀 뒤 열린 8~12차의 왕복 직선거리는 약 2800㎞다. 12차례 이동 거리를 합치면 약 5100㎞에 이른다. 실제 이동한 거리로 환산하고 타운홀 미팅을 전후로 전통시장·산업 현장 등을 방문한 거리를 합하면 이동 거리는 훨씬 늘어난다.
광주·대전·부산으로 이어진 초반 타운홀은 대통령이 지역 현안을 직접 받아 안고 즉석에서 정부 과제로 전환하는 장면이 두드러졌다. 광주·전남에서는 장기 표류하던 군 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광주시·전남도·무안군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들은 뒤 "정부가 주관하겠다"며 대통령실 주도의 6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정리했다. 대전에서는 "한쪽에만 자원을 몰아 발전시키면 거의 특권 계급화된 사람들이 생긴다"며 불균형 성장의 한계를 짚고, 수도권 집중과 이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함께 거론하며 균형발전 필요성을 전면에 세웠다. 부산에서는 해양수산부 이전과 가덕도 신공항이 핵심 화두였다.
강원·대구·경기북부 타운홀은 지역 소외와 규제 문제를 전면에 세웠다. 강원에서는 정부가 K-문화관광벨트와 글로벌 관광허브, 혁신정책을 의제로 제시했다. 대구에서는 이 대통령이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균형발전은 정말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며 지방분권을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북부에서는 "특별한 희생을 치르면서도 특별히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한 뒤, 반환 미군 공여지와 군사·상수원 규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정부가 조금만 신경 써주면 해결할 방법도 꽤 있다"고 해법 모색을 주문했다.
충남·울산·경남에선 균형발전과 산업전환 의제가 선명하게 다뤄졌다. 충남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중요하다"며 수도권 집중이 성장과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지적했고, 지역 성장거점론과 함께 "충남과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행정통합 논의를 띄웠다. 울산에서는 "산업 수도를 넘어 제조 AI와 그린산업을 선도하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한 뒤, 지방주도성장의 상징 도시라는 의미를 울산에 부여했다. 경남에서는 조선·방산·항공우주·기계 등 제조업 집적을 미래 경쟁력의 기반이라고 진단하면서,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남부권 거점' 구축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적정한 임금을 받는 제대로 된 사회로 함께 가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선 환호가 터지기도 했다.
전북·충북·제주로 이어진 후반부 타운홀은 국정 운영 방향과 지역 발전 전략이 맞물리는 발언이 잇달았다. 전북에서는 "전북의 삼중 소외가 안타깝다"며 지역 소외감이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고 말한 뒤, 균형발전은 시혜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못 박고 전북을 "인공지능 로봇 생산기지"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충북에서는 "충청남북과 대전까지 통합해 하나의 거대한 정주 여건·행정체계를 만들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충청권 대통합론을 던졌고, 2차 공공기관 이전도 "흩뿌리듯 할 수 없어 가급적 집중해서 할 것"이라고 원칙을 제시했다.
전날 열린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는 제주 4·3과 에너지 전환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를 없애는 문제를 "아주 빠른 시간 내 현실로 만들겠다"고 했고,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언급하며 "저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을 강조했다. 또 렌터카·택시의 전기차 전환 목표를 두고 "어느 세월에 하려고 이렇게 하느냐"고 속도전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12차례 타운홀은 현장에서 답을 찾는 국정 운영 기조를 실천하면서 지역 숙원 사업을 국가 의제로 끌어올리는 통로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광주·전남에서 서남권 산업전략을, 부산·울산·경남에서 동남권 제조업 전환과 초광역 협력을, 전북·충북·제주에서 각각 에너지 전환과 내륙 거점, 관광·문화 기반 성장 모델을 연결한 점이 대표적이다. 다만 타운홀에서 제기된 과제가 실제 부처 정책과 예산, 제도 개편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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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제주를 마지막으로 권역별 타운홀 미팅을 마무리하고 재정비를 거쳐 현안별 타운홀 미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공언한 대로 현장 타운홀 미팅은 계속되겠지만, 토론 방식·주제 선정, 함께할 대상 등은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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