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에너지 위기, 물량 확보가 먼저
전시 상황에…"재생에너지"
우선 순위 확실히 해야
"지금은 소비 구조를 바꿀 때가 아니라 물량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해야 할 때 아닌가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이호현 2차관이 최근 '재생에너지'강조론을 언급하자 에너지업계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올해 재생에너지를 7기가와트(GW) 이상 보급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1.3GW를 설치해 장기적으로 LNG 수입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열린 '제1차 기후부 에너지비상대응반 회의'에선 이 차관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중심의 구조전환을 가속화함으로써 근본적인 에너지 안보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당장 공장을 돌리고 전기를 공급하려면 화석연료 수급이 먼저"라고 푸념했다. 김 장관이 강조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방향은 맞지만 당장 닥쳐온 위기 대응 측면에서 보면 초점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금 에너지 시장은 '전시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 해상 물류 차질 등이 동시에 맞물리며 산업과 민생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원유·가스 비축 방출, 나프타 수출 통제,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선 상태다.
특히 산업 현장은 물량 확보와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원료 확보 경쟁에 내몰렸고, 발전업계는 LNG 가격 급등에 따른 연료비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하루 단위로 수급과 가격을 계산하며 대응에 나서는 상황이다.
관공서 차량 5부제 의무화에 동참해 대기업, 중소기업, 각계 단체들이 앞다퉈 동참에 나서고 있고 자율적인 에너지 절감도 추진하고 있다. 긴박하고도 긴급한 상황에서 정책 메시지의 '우선순위'가 아쉽기만 하다는 평가다.
재생에너지로 단기간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는 분명하다. 전력 생산에서 LNG 비중은 상당한 수준을 차지하고 있고, 석유화학 산업 역시 나프타 등 화석연료 기반 원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확대가 중장기 해법일 수는 있지만, 현재의 공급 충격을 완화할 직접적인 수단은 아니다.
정책 메시지의 균형 문제도 도마에 오른다. 산업통상부는 비축, 수입선 다변화, 민관 합동 대응 등 '단기 처방'을 총동원하고 있다. 기후부는 '에너지 소비 구조 개편'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중장기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처 간 역할 분담을 감안하더라도 위기 국면에서 국민이 체감할 메시지로는 부족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272억 줄 테니 일하러 오세요" 파격 연봉 제시…...
재생에너지 확대는 분명 필요하다. 다만 전쟁 리스크로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위기일수록 정책 메시지는 단순해야 한다. 공급은 확보되고 있는지, 가격은 잡을 수 있는지, 국민 부담은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먼저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장기 과제는 그다음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