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확보 난항…가격 장벽에 막힌 韓[대체공급망을 찾아라]
정부가 원유·나프타·요소 등 핵심 에너지·원자재의 대체 수급선 확보에 나섰지만 글로벌 에너지 쟁탈전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제 확보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경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일부 국가의 경우 경쟁이 워낙 치열하게 붙으면서 가격이 도저히 들여오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물량보다 가격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대체 수입선 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수급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세계 에너지 각축전
동남아 요소 2024년 대비 두 배 치솟아
나프타, 전쟁 이전 대비 60%가량 급등
'차질 우려'에 차·반도차 업계 긴장감 ↑
정부가 원유·나프타·요소 등 핵심 에너지·원자재의 대체 수급선 확보에 나섰지만 글로벌 에너지 쟁탈전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제 확보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주재한 비공개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는 원유·나프타·요소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점검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약 1시간40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정부는 대체 수입선 발굴 현황을 보고했지만, 가격 상승과 물량 확보 경쟁으로 실질적인 수급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에너지 확보 경쟁…가격도 치솟아
현재 국내 자원 수입 상황을 보면 특정 국가, 특히 중동의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무역협회 K-STAT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수입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34.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미국(17.1%), 아랍에미리트(UAE·11.6%) 등이 뒤를 이으며 중동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나프타 역시 UAE(23.7%), 알제리(15.5%), 카타르(12.6%) 등 주요 산유국에 집중돼 있다. 요소의 경우도 카타르(20.1%), 중국(19.2%), 사우디(14.4%) 등 중동 국가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정부는 현재 미국·캐나다산 원유, 이집트산 나프타, 베트남산 요소를 확보하려 하는 등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전방위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주요 수출국을 둘러싼 각국 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협상 여건은 갈수록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요소 시장의 경우 가격 급등이 가장 큰 변수로 부상했다. 동남아시아 기준 요소 가격은 최근 t당 7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며 2024년 대비 약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대체 공급국으로 여겨지는 베트남의 요소 가격 역시 600달러 안팎으로 올라 단기간에 가격 부담이 크게 확대된 상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일본과 호주 등과의 물량 확보 경쟁까지 겹치면서 앞으로의 계약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유 자원안보위기 주의 경보 발령에 따라 25일 0시를 기해 전기차와 수소차를 제외한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요일제)'가 의무화된다. 사진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입구에 차량 5부제 실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2026.3.24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원유와 나프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체 수입을 시도할 경우 운송비와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구조다. 산업통상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이란 공습 직전인 2월27일 t당 640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은 이달 25일 기준 t당 1029달러로 급등했다. 특히 공습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23일에는 최근 6개월 내 최고가인 t당 122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체 수입선은 존재하지만 '감당 가능한 가격'으로 들여오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나프타는 '금융 리스크'라는 변수도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등 일부 공급선은 세컨더리 보이콧과 결제 문제 등 금융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물리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현대차와 기아, 테슬라 등에 차량 내장재를 납품하는 한 관계자는 "4월까지는 생산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오는 5월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내장재 주요 원재료가 나프타인 만큼 일부 업체에서는 이미 수급 부담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을 통한 공급 확대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 중국은 쿼터제를 통해 수출 물량을 관리하고 있어 추가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수급 차질 우려'에 차·반도체 업계 긴장감 ↑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소재와 장비 수급 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헬륨과 식각 공정에 활용되는 브롬은 중동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 수입된 헬륨의 64.7%가 카타르산, 브롬의 97.5%가 이스라엘산이다. 여기에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도 공급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있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3~6개월 정도의 원자재 재고가 확보돼 있다"며 "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선 대체 수입선 발굴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감지된다. 비경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일부 국가의 경우 경쟁이 워낙 치열하게 붙으면서 가격이 도저히 들여오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물량보다 가격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대체 수입선 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수급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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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어디서 들여올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얼마에 들여올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며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 한 수급 불안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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