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살리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는 "한국과 튀르키예의 경제 협력은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 한 세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시놉 지역에서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는 양국 협력의 '보석 중 보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랏 타메르 주한튀르키예 대사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무랏 타메르 주한튀르키예 대사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타메르 대사는 지난 26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이 추진 중인 대규모 '메가 프로젝트'와 방위 산업, 국제 정세 속 중견국(Middle-power)으로서의 공조 방향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유라시아 대륙의 양 끝에 위치해 있지만 서로를 '형제 국가'로 부르며 긴밀한 유대를 이어 오고 있다. 대사는 이러한 관계가 6·25 전쟁 당시 '피로 맺어진 형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제는 첨단 기술과 에너지 안보를 공유하는 미래지향적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타메르 대사는 특히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현재 26개의 원자로를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숙련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놉 원전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의 한국전력공사(KEPCO) 등과 세부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며, 3300억달러 규모를 상회하는 거대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위 산업 또한 양국 협력의 핵심 축이다. 타메르 대사는 "방산 협력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사고파는 것을 넘어 개인적 차원의 깊은 신뢰와 공동 생산을 바탕으로 한다"며 "한국 공장의 생산 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튀르키예에서 공동 생산하여 제3국에 판매하는 전략적 협력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대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양국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경제 협력 분야는 무엇인가.

△ 단연 원자력 발전이다. 시놉 원전 프로젝트는 건설, 서비스, 상업, 농업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거대한 사업이다. 지난달 튀르키예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매우 건설적인 회담을 가졌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도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또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협력도 논의 중이다. 한국에서 첫 SMR이 가동될 때 튀르키예에서도 동시에 시작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두 프로젝트가 나란히 진행될 수 있다. 2025년까지 25GW의 원전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에너지 분야 외에 주목할 만한 메가 프로젝트가 있다면.


△ 약 20억달러 규모의 도로 및 인프라 프로젝트가 있다. 이미 한국 기업들이 참여한 1915 차나칼레(다르다넬스 해협을 잇는 세계 최장 중앙경간 현수교) 대교 건설과 같은 성공 사례가 있으며, 연결 도로 확충 등 후속 프로젝트에서도 한국 기업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다. 또한 200억달러 규모의 튀르키예 에너지 송전망(그리드) 현대화 사업을 위해 한국 전력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 우리에게 1200만달러 수준의 프로젝트는 '푼돈'처럼 보일 정도로, 논의되는 사업들의 규모가 매우 크다.


-방위 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할 수 있는 협렵은.


△ 튀르키예와 한국은 세계 10대 군사 강국에 속한다. 단순히 무기 하드웨어를 사고파는 단계를 넘어, 개인적인 차원에서 기술진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최근 한국 방산 장비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국 공장들이 상당한 생산 압박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아랍에미리트(UAE) 등 제3국에서 수많은 입찰이 들어올 텐데, 우리는 한국과 동일한 장비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 한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튀르키예에서 공동 생산해 제3국에 판매한다면 한국 공장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양국 모두 이익을 얻는 전략적 모델이 될 것이다. 향후 5~10년 이내에 방위 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며, 양국은 제3국 시장에서도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양국 관계를 '피로 맺어진 형제' 혹은 '형제 국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 우리는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뿌리를 공유하며 수만 년 전부터 서로를 알고 지냈다. 하지만 진정한 형제애는 6·25 전쟁에서 시작됐다. 튀르키예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파병 요청에 응했고, 네 번째로 큰 규모의 병력을 보냈다. 약 1000명의 병사를 잃었고 그중 462명이 현재 부산에 잠들어 있다. 전쟁 직후에도 우리 군은 1971년까지 머물며 고아들을 위한 '앙카라 학교'를 세우고 한국인들과 사회적 교감을 나눴다. 이것이 바로 '피로 맺어진 형제애'다.


-지정학적 위치가 비슷한 두 나라가 국제 무대에서 갖는 공통점은.


△ 우리는 강국 사이에 있는 중견국이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고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다. 한국이 공산주의에 맞선 최전선이라면, 튀르키예는 테러리즘에 맞선 최전선이다. 우리 같은 중견국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믹타(MIKTA)와 같은 포럼을 통해 협력해야 한다.


무랏 타메르 주한튀르키예 대사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무랏 타메르 주한튀르키예 대사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중동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튀르키예는 중재자이기도 했다.


△ 우리는 직접적인 분쟁 당사자가 아니라 양측이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게 돕는 '조력자' 역할을 지향한다. 서로 대화할 수 없는 국가들 사이에서 메시지를 수정 없이 전달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이다. 튀르키예는 이 지역 '안정의 섬'이다.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 재건에 엄청난 비용이 투입될 것이다. 전쟁 중에도 현지에서 활동한 튀르키예 건설사와 한국의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우크라이나 등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국가들의 재건 사업에서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 놓여있다.


△ 이라크 전쟁 이후 우리가 평화롭게 사는 법을 잊은 것 같아 안타깝다. 가자지구에서 8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 특히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는 비극을 세상이 잊어서는 안 된다. 인류가 서로에게 너무 파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떤 형태의 평화든, 최악의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올해 예정된 한-튀르키예 간 주요 외교 일정이 있다면.


△ 튀르키예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조율 중이다. 중동 위기 등으로 인해 일정이 유동적일 수 있으나, 양국 정상 간의 '관계'가 매우 좋고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어 기대가 크다. 대통령 방문에 맞춰 한국의 전통 군례와 튀르키예 군악대가 나란히 행진하고,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의 문화 행사도 계획하려 한다.

AD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최근 튀르키예 내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 화장품 등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튀르키예어를 배우는 것 또한 한국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튀르키예어를 알면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와 소통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 우리는 같은 언어 뿌리를 가진 가족이며, 이러한 언어적·문화적 공감대가 양국의 100년 파트너십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인터뷰] 살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는 누구
튀르키예는 1957년 3월8일 한국과 공식 수교를 맺은 이래, ‘혈맹’과 ‘형제 국가’로서 국방, 에너지, 인프라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온 유라시아의 핵심 거점국이다. 한국은 튀르키예에 자동차, 전자기기, 합성수지 등을 수출하며, 튀르키예는 한국의 K9 자주포(현지명 피르티나)와 K2 전차 기술을 도입하는 등 방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튀르키예의 수도는 앙카라다. 종교는 인구의 약 99%가 이슬람교(수니파 중심)를 믿으며, 세속주의 원칙에 따라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다. 한국과는 6·25 전쟁 당시 파병을 통해 ‘피로 맺어진 형제애’를 바탕으로 문화와 교육 교류가 활발하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과 이스탄불 간 직항 노선이 터키항공과 국적사들을 통해 운행 중이며, 시차는 한국보다 약 6시간 느리다.
2025년 주요 통계 및 외교가 자료에 따르면, 튀르키예 인구는 약 8600만명에 달한다. 공용어는 튀르키예어를 사용하며,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영어도 널리 쓰인다. 튀르키예 면적은 약 78만3562㎢로 한반도의 약 3.5배에 달한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하며, 고원과 산악 지형이 조화를 이룬다. 2025년 기준 튀르키예는 G20 회원국으로서 견고한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건설 및 방위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23년 9월15일 한국에 부임한 살리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는 35년 넘게 유럽, 중동, 미주를 두루 거친 베테랑 정통 외교관이다. 그는 1961년 9월24일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튀르키예 명문 보아지치 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타메르 대사는 1987년 외무부 입부 후 나토 민방위 계획 및 보안 부서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1988년부터 약 9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친 뒤 나토 주재 아타셰(외국공관장 대사·공사 수행직원)로서 정치·행정 업무를 담당했으며, 주멕시코 대사관과 외무부 정보조사국(IADA)을 거치며 실무 역량을 쌓았다.
특히 현장 실무와 영사 업무에도 정통한 인물이다. 주독일 뒤셀도르프 부영사를 거쳐 주요르단 대사관 2등 서기관, 주포르투갈 대사관 참사관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주우크라이나 오데사 총영사로 근무했다. 이후 본부 외무부 의전 부국장을 거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주쿠웨이트 대사를 역임하며 중동 외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 부임 직전까지 이스탄불 외무부 대표 대사직을 수행하며 경제와 정치를 아우르는 식견을 넓힌 뒤, 양국 수교 70주년 을 향해가는 시점에 한국에 부임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