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 차량 5부제' 카드 만지작…수요 억제냐, 시장 왜곡이냐[Why&Next]
석유 사용량 10% 절감효과 추정
정책 '엇박자'…시장 왜곡 우려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정부가 민간 차량 5부제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정책 효과와 부작용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9일 "국제 유가가 120~130달러까지 오르면 현재 2단계인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3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며 "자율 참여를 요청한 민간부문까지 차량 부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 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 민간 부문까지 차량 5부제를 시행하면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이다.
중동사태에 따른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요일제)'가 본격 시행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출입문에서 청사관리소 관계자들이 승용차 5부제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26.3.25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단기 수요 억제…석유 사용량 10% 절감효과 추정
차량 5부제의 핵심을 단기적 수요 억제에 있다. 차량 5부제는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주 1회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단순 계산 시 전체 차량의 약 20% 운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1991년 두 달간 차량 10부제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 10부제 운행으로 하루 5억, 한 달 150억원이 절약된다"고 했는데 두 달이면 300억원이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850억원에 육박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서울에서 강제 2부제를 시행한 결과 교통량은 19.2% 감소하고 통행속도는 32.1% 증가했다. 부산시는 현재 운영 중인 승용차요일제(총 20만대 기준, 하루 4만대 비운영 시)를 통해 연간 유류비 191억원 규모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강제성을 전제로 시행할 경우 소비 감소 효과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는 예외 적용 등을 고려하면 전체 석유 사용량의 약 10% 정도 줄어드는 수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책 '엇박자'…시장 왜곡 우려
부작용도 분명하다. 당장 민간 차량 5부제와 석유 최고가격제를 병행할 경우 정책 간 충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량 5부제는 소비를 줄이는 수요 억제 정책이지만, 최고가격제는 가격 상승을 억제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가격 통제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쪽에선 '덜 쓰라'는 신호를, 다른 한쪽으로는 '가격은 낮추겠다'는 신호를 주는 셈이다.
고유가 상황에서 수요를 줄여야 하는 정책과 가격을 낮추는 정책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 시장 신호가 왜곡되고 정책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의) 시장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떨어져야 하는데 정부가 석유 가격을 내려놓고, 소비는 억제하는 모순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재정 측면에서도 유류세 감소와 보조금 부담이 동시에 발생해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행정부담·비용 커지고 내수위축 가능성도
행정 부담도 변수로 지적된다. 민간까지 확대할 경우 단속, 과태료 부과, 예외 차량 관리 등 행정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강제성을 높일수록 효과는 커지지만 사회적 갈등 비용 역시 증가하는 구조다. 단속의 실효성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운행 가능한 날에 이동이 집중되거나 대체 차량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책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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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이용 제한은 외식·소매·서비스업 방문 감소로 이어져 내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자영업자나 영업직 등 이동이 필수적인 계층은 직접적인 소득 감소를 겪을 수 있다. 형평성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차량을 2대 이상 보유한 가구는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반면, 1대 차량에 의존하는 가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민간 차량 5부제는 거시경제 대응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강 교수는 "유가가 120~130달러 수준에서 장기화할 경우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소비 위축이라는 부담이 있더라도 물가 안정을 위해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의 한 상인이 상점을 비우지 못한 채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오늘로 대통령선거가 12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후보가 당선 되더라도 엘리트 기득권 집단이 아닌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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