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노르웨이로 입양된 앨리스 앤더슨
서류에 없는 '신장 결손'…각종 질환 시달려
건강정보 요구에…입양기관은 "개인정보" 언급

"제가 내일 당장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죠. 분명한 건 한두 개의 장기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 몸 전체에 있다는 것입니다."


1972년 7월5일에 태어난 앨리스 앤더슨(Alice Anderson·한국 이름 강부자)씨는 생후 5개월 만에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그가 태어날 때부터 신장을 한 개만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 건 성인이 된 후였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작성한 그의 입양 서류에는 적혀 있지 않았다.

1972년 7월5일에 태어나 노르웨이로 입양된 앨리스 앤더슨씨(한국 이름 강부자)의 입양 당시 사진과 서류. 그는 날 때부터 하나의 신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홀트아동복지회가 작성한 그의 입양 서류에는 '신체적 결함 : 없음'이라고 적혀있다. 본인 제공

1972년 7월5일에 태어나 노르웨이로 입양된 앨리스 앤더슨씨(한국 이름 강부자)의 입양 당시 사진과 서류. 그는 날 때부터 하나의 신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홀트아동복지회가 작성한 그의 입양 서류에는 '신체적 결함 : 없음'이라고 적혀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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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씨는 지난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 증후군' 진단을 받은 이후 여러 장기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질병들이 내가 미숙아로 태어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생모가 임신 중에 낙태를 시도하며 독성물질을 마셨기 때문인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노르웨이 의료진은 장기 이식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앤더슨씨의 유전적 정보 없인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폐 섬유화와 위식도 역류질환, 미세 대장염, 천식, 알레르기가 있고 장기 주변 조직들이 굳어가고 있어요. 의사들도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여행을 할 수도 없고, 제 일상은 매우 제한적이죠."


앤더슨씨는 2018년부터 7년 동안 중앙입양원(현 아동권리보장원) 등 입양기관에 지속적으로 친생부모와 가족력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앤더슨씨와 입양기관이 여러 차례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2019년 중앙입양원에서는 앤더슨씨 친모가 여자 형제(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중앙입양원 직원은 "이모와 연락이 닿았지만, 이모는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라며 거부했다"고 앤더슨씨에게 전했다.


2024년 4월 아동권리보장원은 "친모의 개인정보 공개는 법적 검토 대상"이라며 "이 과정은 매우 길고 복잡할 것"이라고 했다. 그해 10월 아동권리보장원이 앤더슨씨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이메일에서는 "당신의 친모가 우리에게 직접 연락했다. 그는 입양을 보낸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연락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앤더슨씨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실제로 친모와 연락한 게 맞는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의심했다.

지난 24일 본지와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 중인 노르웨이 입양인 앨리스 앤더슨씨. 그는 "입양특례법 36조 3항에 따르면, 나는 생모의 동의 없이도 건강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많은 입양인들이 이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지만, 나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인터뷰 장면 캡처.

지난 24일 본지와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 중인 노르웨이 입양인 앨리스 앤더슨씨. 그는 "입양특례법 36조 3항에 따르면, 나는 생모의 동의 없이도 건강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많은 입양인들이 이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지만, 나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인터뷰 장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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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씨가 확인하고 싶은 정보는 ▲가족력 ▲자신의 신장이 하나인 이유와 배경 ▲필요한 경우 친부모나 형제자매로부터 장기 이식 가능 여부 등 세 가지다.


입양특례법 36조 3항에 따르면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입양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입양특례법은 지난해 7월부터 국내입양특별법과 국제입양법으로 구분돼 시행 중이고, 해당 조항은 현재 국내입양특별법 33조 3항에 명시됐다. 해외 입양의 경우에도 이 조항을 준용한다.


앤더슨씨는 노르웨이 정부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2020년 6월 당시 노르웨이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해외 입양인들이 생물학적 가족에 대해 알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 마련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두 달 뒤 노르웨이 아동가족부로부터 받은 답변은 "해외 입양의 경우 부모 신원의 익명 유지 여부는 해당 아동의 출신 국가 법령에 따라 결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앤더슨씨는 "송출국도, 수용국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완전히 혼자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어느 누구도 당시의 입양 과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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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앤더슨씨의 마음에는 상처와 불신이 깊게 남았지만 알권리 확보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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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싸우는 사람이고, 살아남아야 하고, 버텨야 해요. 제 이야기, 제 역사 등 저 자신에 관한 문서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 입양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과거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그 문서들을 우리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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