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아이들]④가짜 서류에 또 '상처'
해외입양 문제… "미혼모 지원 강화"
차별, 정서적 불안정… 트라우마 계속

편집자주해외입양의 역사는 70여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한국전쟁 직후 고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된 해외입양은 복지 예산을 아끼고 외화까지 벌어다 준다는 인식 아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로 입양된 이들의 삶과 권리는 방치됐다. 해외입양과 관련한 수십 년의 기록에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그 구조적 무관심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입양인 200여명이 국가에 전하는 목소리를 통해서는 해외입양의 문제점과 과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시아경제가 해외입양의 실상을 깊이 있게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가난한 한국 아이들이 부유한 서양 부모로부터 구원받았다'는 '구원자 서사'는 거짓입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 간 것이 아닙니다. 돈 때문에 어린 시절에 인신매매된 겁니다. 해외입양은 합법적 형태의 아동 밀수입니다."(미국 입양인·51세)

1987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1.4㎏으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미아(Mia Lee, 한국 이름 이희영)씨. 그는 친생부모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입양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2022년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만난 미아씨의 생모는 "의료진들은 아기가 출산 직후 사망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본인 제공

1987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1.4㎏으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미아(Mia Lee, 한국 이름 이희영)씨. 그는 친생부모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입양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2022년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만난 미아씨의 생모는 "의료진들은 아기가 출산 직후 사망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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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해외 입양인들의 분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은 부정확한 출생 기록과 입양기관의 비협조로 친생부모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 서류에 적힌 생모와 유전자(DNA) 검사를 해보니 생물학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다는 증언부터, 고아원에서 실종돼 50년 넘게 가족들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연도 나왔다. 한국 정부가 '2029년 해외입양 제로(0)' 목표를 달성하려면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부터 줄여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해외 입양인을 위한 인권단체인 사단법인 '뿌리의집'의 협조를 받아 세계 11개국에 거주 중인 만 18세 이상 해외 입양인 17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들은 1970년대(52.3%)와 1980년대(40.2%)에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40~50대가 많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약 20%, 여성이 80%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중 112명이 아시아경제를 통해 자신의 사연을 대중에게 알려달라며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남겼고, 103명이 해외 입양인으로서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자유롭게 기술했다.

[단독]해외입양인 174명이 말했다…"뿌리 못 찾고, 이방인으로 살아요" 원본보기 아이콘

먼저 해외 입양인들은 입양 기록의 신뢰성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7.9%가 '입양 기록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신뢰한다'는 응답은 8.6%에 그쳤다. 기록이 거의 없거나, 두 기관에서 받은 기록이 서로 불일치한다는 응답도 존재했다.

본인이 직접 입양 기록 조작을 겪었다고 응답한 비율도 과반수 이상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68.2%)은 자신의 개인 정보(성별·출생일·유기 여부 등)가 의도적으로 변경된 흔적을 발견했다고 답했다. '조작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24.3%, '기록 자체를 확인해본 적 없다'는 응답은 7.5%로 나타났다. 1980년대 미국으로 입양된 A씨는 "내 입양 기록은 완전히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서류에 적힌 생모를 찾았지만, DNA 검사 결과 우리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했다.

10명 중 9명 "입양기관 못 믿는다"

전체 응답자의 85.2%가 친생부모를 찾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과정에서 경험한 장애물로 부정확한 정보(73.5%)와 입양기관의 거절 또는 방해(53.6%)를 가장 많이 꼽았다(중복응답). 44세 미국 입양인 B씨는 "나는 한국 생모를 찾았는데, 그녀는 내가 미국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입양 후에도 한국에서 자란 줄 알았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저는 2024년 5월에 한국 가족과 재회했습니다. 알고 보니 저는 고아원에서 실종됐고, 입양을 위해 보내진 적이 없었습니다. 제 가족은 50년 넘게 저를 찾고 있었습니다."(덴마크 입양인·53세)

해외입양인 10명 중 8명은 과거 한국의 해외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권리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입양정보의 투명성과 접근성 확보(82.1%), 입양 과정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조사(72.3%)가 이뤄져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중복응답).

"해외입양 문제는 시급히 다뤄져야 합니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아기 수출' 절정기에 입양된 아이들은 이제 40대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입양인은 적절한 책임 추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믿습니다. (미국 입양인·42세)"

아직도 차별 겪어…"겉모습만 한국인"

백인 중심 사회에서 느끼는 해외 입양인들의 소외감과 정서적 외로움은 성인이 돼서도 계속됐다. 응답자의 62%는 해당 국가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차별(무례한 질문·비하 발언·노골적인 시선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80년대 덴마크로 입양된 C씨는 본인이 '유령처럼 존재하는 느낌'이라고 서술했다. 그는 "백인 사회에서 소수자로 사는 것은 힘들다. 양부모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공장소에서는 관광객으로 오해받고, 집과 직장 외에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사회에서 유령처럼 존재하는 느낌. 배경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체성도 불확실하다. 해외 입양은 실패한 사회적 실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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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덴마크로 입양된 D씨도 "나는 최근 런던의 코리아타운으로 이사했지만 여전히 외부인처럼 느껴진다. 겉모습은 한국인 같지만 한국 문화 배경은 없고, 동시에 아시아인이지만 문화적 배경은 백인·유럽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입양인 E씨(42세)는 "다른 나라로 보내져 문화와 언어를 잃는 트라우마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가족 없이, 뿌리와의 연결 없이 살아가는 것은 평생 반복되는 트라우마이며 외로운 싸움"이라고 밝혔다.

"아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입양이었다"

응답자의 대다수(97.1%)는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입양 과정에서 일어난 인권 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국가의 책임 부족을 인정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2029년까지 해외입양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사실도 80.2%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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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호주로 입양된 F씨는 "취약한 아이를 낯선 사람들에게 맡기고, 수년 동안 아무런 사후관리도 하지 않은 결과, 성적·정서적 학대가 발생했다"며 "특히 인종차별적인 환경에선 아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힘들다. 믿고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저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입양이 처음부터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입양을 원하는 어른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입니다."(네덜란드 입양인·55세)

정부가 해외 입양 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여야 한다'(86.8%)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취약 가정에 대한 재정적 지원'(63.2%), '해외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47.7%) 순으로 나타났다(중복응답).


1980년대 미국으로 입양된 G씨는 한국 정부를 향해 "해외 입양은 중단돼야 하며, 한국은 미혼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고, 낙태는 모든 사람에게 선택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르웨이 입양인 H씨(43세)는 "한국은 전통적 가족 형태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지원하는 사회복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독]해외입양인 174명이 말했다…"뿌리 못 찾고, 이방인으로 살아요" 원본보기 아이콘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기자가 작성하고 AI가 부분 보조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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