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거래선 확대·재생원료 검토 병행
북아프리카, 아시아 등 공급선 확대
가전·차·반도체 등 공급망 재정비 검토

중동발 에너지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단순한 수입선 확보를 넘어 공정 구조를 변경하고 대체 자원을 투입하는 등 전방위적인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특히 반도체와 가전 등 전자 업계가 필수 원자재의 '멀티 벤더' 체제 구축과 글로벌 부품 조달망 재점검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정유·화학·자동차 업계도 기존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아프리카 등지로 공급 경로를 넓히며 리스크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원유와 나프타, 요소수 등 밸류체인 전반의 핵심 원자재 수급을 위해 기존 공급선 물량을 극대화하는 한편, 보완적 차원의 신규 조달 루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전면적인 공급처 전환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동 가능한 가용한 물량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 '수급 절벽'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급선 넘어 공정까지 바꾼다…중동發 위기 대응 총력전[대체공급망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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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계는 재생 원료(리사이클 레진) 활용 확대와 공정 효율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협력사를 통한 우회 공급망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중동 중심 수입 구조에서 벗어나 북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과의 접촉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거래선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조달해왔다면, 지금은 여러 루트를 열어두고 상황에 따라 조달 경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결제나 물류 리스크를 감안해 복수 거래선을 동시에 검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원유의 성상(기능적 특성)이 다소 차이 나더라도 공정에 투입하는 유연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다양한 원유를 혼합 정제하는 최적화 설비를 활용해 수급 공백을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다양한 원유를 혼합해 정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일부 성상이 다르더라도 공정 투입이 가능하다"며 "지금은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보다 확보 가능한 물량을 중심으로 가동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 생산성이 일부 떨어지더라도 설비 가동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선 넘어 공정까지 바꾼다…중동發 위기 대응 총력전[대체공급망을 찾아라] 원본보기 아이콘

전방 산업도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가전업계는 글로벌 부품 조달망을 재점검하고 공급선 분산에 나서는 한편, 재생 플라스틱 활용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 대형 가전업체의 경우 전 세계에 분포된 협력업체와 구매력을 활용해 부품 수입원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역시 합성수지 소재 공급사와 재고 수준을 점검하며 수급 상황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헬륨, 브롬 등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원자재 수급 타격을 받는 반도체 업계도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대비해 공급선 분산을 고심하고 있다. 구매 측면에서도 타격을 줄이기 위해 '멀티 벤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당시 소재 공급선 다변화는 많이 진행된 걸로 알고 있다"며 "헬륨의 경우 중동 이외에 북미, 러시아 공급망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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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이처럼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 구조적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은 대부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결국 금융 지원이나 외교적 협력이 병행돼야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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