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소모적 논쟁 반복
정치적 승리보다 단단한 제도

[초동시각]'이재명은 한다'는 말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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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을 유예하겠다는 건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내건 공약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과도해진 세금을 되돌리겠다며 부동산 공약 가운데 처음으로 실행에 옮겼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주거불안이 극심했던 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수세적인 처지일 수밖에 없었다.


같이 선거에 나온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도 당시 조건부로 양도세 중과 유예를 공약으로 내걸 정도였다. 올해 초 공무원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이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중과 유예는 없다"고 못 박은 게 다소 생경하게 느껴진 것도 그래서다.

윤석열 캠프는 취임도 전에 공약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최상목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노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당시 정부를 향한 점잖은 협박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달라고 요청했다.


부탁하는 형식을 갖췄으나 당선 후 위세를 등에 업고 폐족 취급을 했다. 문 정부는 받아주지 않았다. 다음 달인 5월10일 윤 정부가 출범하면서 고쳤다. 이후 1년 단위로 개정해가면서 4년을 보냈다. 제도 부활이 5월10일인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메시지를 올리면서 '이재명은 한다' '국민주권 정부는 한다'는 표현을 입버릇처럼 한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장부터 갈고닦은 행정 경험, 특유의 꼼꼼한 업무 스타일, 화끈한 성정을 바탕에 깔고 있기에 가능한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법을 어겨 옷을 벗은 전직 대통령과도 확연히 대비되는 효과를 낸다. 지지 세력을 응집해 정책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한 땔감으로도 적절해 보인다.


정책의 취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떠나 이러한 일 처리를 석연치 않다고 느끼는 건 전면에 나선 게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추진력은 확실히 얻겠지만 고도의 정치 행위가 돼버린다. '이재명은 한다'는 건 다음에 오는 후임 대통령도 정치적 지지를 뒷배 삼아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딱 4년 전에 그랬지 않았던가.


윤 정부에서는 여소야대 형국이라 의도대로 법을 바꿀 수 없으니 정부가 해마다 시행령을 손봤다. 익숙한 장면이다. 과표 기준이 되는 주택·토지의 공시가격을 정할 때 시세반영률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얼마로 할지 명확한 기준 없이 정권에 따라 들쑥날쑥 정하다 보니 부동산 정책은 힘겨루기 장이 됐다. 정치적 지지에 따라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제도가 영이 안 서니 수시로 소모적 논쟁이 불거진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한탕을 노린 투기자본이 항시 주변에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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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를 단단하게 하려는 시도가 없던 건 아니다. 시세반영률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놨고, 공시가격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조세법률주의를 거스른다며 헌법소원 청구도 있었다. 둘 다 무위에 그쳤다. '이재명은 한다'는 수사에서 목적어는 단순히 세금을 더 걷거나 집값을 떨어뜨리는 차원을 넘어 정권이나 정치적 풍랑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제도 마련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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