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보현 / 호남취재본부 기자

[기자수첩]"질문하실 분 계십니까"…정책배심원제가 남긴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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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실 분 계십니까."


29일 오후 광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 정책배심원단 토론회 현장에서 사회자의 말이 한 차례 더 이어졌다. 손을 드는 배심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잠시 흐른 정적은 이번 정책배심원제가 안고 있는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정책배심원제는 전남·광주 통합 이후 약 320만 시·도민을 대표할 초대 통합특별시장 후보를 뽑는 경선 과정에서 도입된 시민 참여형 검증 장치다. 후보 정책 역량과 정치 철학, 미래 비전을 시민 눈높이에서 직접 확인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당 경선 토론의 문을 시민에게 열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기대도 적지 않았다.


실제 광주권 토론회에서는 통합 이후 20조원 재정 인센티브 활용 방향과 환경 정책, 지역에서 양성된 인재의 수도권 유출 문제, 첨단산업 육성 전략의 선택과 집중, 청년 문화·여가 인프라 확충 방안 등 정책 방향을 직접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시민 눈높이에서 후보들의 정책 선택을 확인하려는 시도라는 점은 분명했다.

다만 토론 전체를 정책 검증의 장으로 보기에는 운영상의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질문 순서와 시간 운영이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 이어졌고, 질의 차례가 돌아왔지만 질문이 나오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사회자의 안내가 거듭되는 사이 토론의 흐름이 잠시 끊기는 장면도 반복됐다.


정책배심원제는 애초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검토했던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대신해 도입된 방식이다. 배심원단에는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시민이 판단의 주체라기보다 질문의 주체로 제한된 구조였다. 제도 설계 단계부터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됐던 이유다.


게다가 권역별 배심원 구성과 즉문즉답 방식의 토론 운영 틀이 경선을 불과 보름가량 앞두고 마련됐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시민 참여형 숙의 구조는 짧은 준비 기간만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질문의 수준과 토론의 깊이는 제도의 설계와 준비 기간을 그대로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번 시도를 의미 없는 실험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실제 토론회에서는 통합 이후 재정 인센티브의 사용 방향과 산업 전략의 우선순위, 청년 정책과 문화 인프라 문제 등을 직접 묻는 질문이 이어졌고, 시민이 정책 선택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장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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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통합특별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첫 경선에서 시도된 정책배심원제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시민 참여라는 방향은 분명해졌지만, 그 참여가 실제 정책 검증의 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운영 설계와 권한 구조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남겼다. 질문이 멈춘 자리에서 드러난 것은 시민 참여의 한계라기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도의 현재였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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