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등장한 '공급선 다변화'…이번엔 가능할까[대체공급망을 찾아라]
공급선 다변화 장기 전략은
국제 분쟁 계기로 공급망 확장
산업계선 비용 문제로 여전히 의존
"분쟁 위험 상수, 자주 개발 고려해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수입 공급선 다변화'를 근본 해법으로 추진하며 대체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과 구조적 한계로 인해 특정국 의존도를 탈피하는 데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기업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중국발 요소수 대란 등 대외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수급처 다각화에 주력해왔다. 실제 지난 2021년 중국이 석탄 수급난을 이유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대중 의존도가 80%를 상회하던 국내 물류·건설업계는 극심한 혼란에 직면했다. 이에 베트남과 일본, 호주 등지로 수입선을 긴급 전환하며 단기적인 수급 불안을 방어한 바 있다.
앞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때도 상황은 유사했다. 일본이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의 수출 절차를 강화하자 국내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가 커졌다. 이에 정부와 기업은 국산화와 함께 대만, 유럽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불화수소의 경우 국내 생산 비중이 확대되고, 포토레지스트 역시 공급선이 다변화되면서 특정 국가 의존도가 완화되는 성과가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 불안이 전면에 부각됐다.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곡물·비료 수급까지 흔들리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확산됐다. 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노르웨이, 북아프리카 등으로 에너지 수입선을 분산하는 대응이 이뤄졌고,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비중을 크게 낮추는 변화도 나타났다.
위기 때마다 단일 공급망에 의존도가 높은 구조가 취약점으로 지적되면서 활로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지만, 산업현장에선 한계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요소수 대란 이후 수입선을 다양화했지만,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베트남산, 일본산 요소는 중국산 요소에 비해 더 비싼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역시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고성능·패키징 소재 등은 일본 의존도가 남아 있다.
이는 원자재와 중간재 공급망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구조적으로 집중돼 있는 데다, 국가 간 가격 격차까지 존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공급선을 다변화하더라도 경제성 측면에서 기존 공급선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란 사태처럼 원유와 관련한 원자재의 경우 공급선 다변화 자체가 더욱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원유 특성상 러시아, 미국 말고는 중동 이외에 공급지를 대체할 만한 국가가 거의 없다"며 "기존 공급선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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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란 사태 이후에도 미국·중국 갈등, 대만·중국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원 개발 단계부터 지분 투자에 참여해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본의 종합상사처럼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원자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대미 투자를 에너지 쪽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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