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응단 출범 6개월 보이스피싱 크게 줄어
발생 건수 31.6%, 피해액은 26.4% 수준 감소

경찰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출범 6개월을 맞아 성과를 공개했다.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액을 각각 31.6%·26.4% 감소하며 증가세가 꺾였고, 통합대응단 체계가 안착한 올해 2월에는 전년 대비 발생 건수가 64.5% 급감하는 등 변곡점을 만들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통합대응단 출범 직후인 지난해 10월 기준 2024년 1월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액이 감소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세, 명확한 변곡점 형성

경찰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출범 6개월을 맞아 성과를 공개했다. Gemini 생성 이미지

경찰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출범 6개월을 맞아 성과를 공개했다. Gemin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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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추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았다. 통합대응단 출범 전인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 출범 후인 2025년 10월부터 올해 2월을 비교하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9777건에서 6687건으로 31.6% 급감했다. 이 기간 피해액은 5258억원에서 3870억원으로 26.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합대응단 출범을 기점으로 범죄 확산세에 명확한 변곡점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보이스피싱은 통상적으로 매년 4분기에 많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통합대응단이 활동한 지난해 4분기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3분기 4594건에서 4분기 6193건으로 34.8% 증가했지만, 지난해엔 3분기 6407건에서 4분기 4614건으로 27.9% 감소했다. 이는 수사 당국이 연말을 노린 범죄 조직의 '피싱 특수'를 처음으로 억제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합대응단 출범 전인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9개월에 걸쳐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액은 꾸준히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9월에는 매월 전년 대비 평균 30% 이상 피해 발생이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말 통합대응단이 출범하며 변화를 맞이했고, 그 체계가 안착한 올해 2월에는 1632건에서 57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4.5% 줄었다.


수사 패러다임 바꿨다…긴급차단 제도 도입

서울 종로구 범정부 합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범정부 합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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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주도한 또다른 변화는 '사후 수사' 패러다임을 벗어나 범행 수단을 선제 차단하는 정책을 과감히 도입한 것이다. 통합대응단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삼성전자·통신 3사와 협력해 지난해 11월부터 도입한 '긴급차단' 제도가 대표적이다. 국민은 피싱으로 의심되는 번호를 삼성 휴대전화를 통해 간편히 신고할 수 있고, 통합대응단에서 차단을 요청하면 통신사에서 즉시 해당 번호의 통신을 일주일간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이용 중지 요청에 따른 차단에 1~2일씩 소요됐지만, 긴급차단 제도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10분 안에 실시간 차단된다.


통합대응단은 긴급차단을 통해 지난 17일까지 4만1387개의 번호를 차단했고, 피싱 조직이 해당 번호로 추가 범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막았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포폰의 대당 단가가 35만~40만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피싱 조직에도 150억원 이상의 비용을 발생시킨 것으로 추산된다.


"검사 아니라 피싱범입니다. 제발 믿으세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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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건 새로운 시스템과 정책을 국민에 연결한 현장 근무자들이다. 사기범의 심리 지배에 빠진 피해자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한 땀방울이 빛을 본 것이다.


최근 한 상담원은 검사를 사칭한 피싱범의 지시로 본인 명의 카드를 넘기가 1차 피해금까지 이체한 피해자를 설득했다. 피해자는 피싱을 의심하면서도 검사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큰일 난다'고 한 점에 겁을 먹은 상태였다. 상담원은 "검사가 아니라 피싱범"이라며 "제발 절 믿으셔야 한다"고 간절히 설득한 끝에 추가 피해금 전달을 막고 피해 방지 조치에 성공했다.


국민과 가장 맞닿은 일선 지역 경찰들도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보이스피싱 112신고에 대해 접수부터 현장 대응까지 전 과정을 체계화하고 금융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는 대책을 시행했다. 대책 시행 전 대비 현장에서 피해를 바로 예방한 건수는 주 평균 14.5건에서 39건으로 2.7배 늘었으며, 예방 금액은 주 평균 8억6000만원에서 19억6000만원으로 2.3배 증가했다.


통합대응단, 이제 '신종 스캠' 전면전 예고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현판.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현판.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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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응단은 피싱 대응 업무가 각 부처에 산재돼 있어 범죄 차단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경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한국인터넷진흥원·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범정부 합동으로 지난해 9월29일 출범했다.


통합대응단은 지난 6개월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진화하는 '신종 스캠'에 대한 전면전을 예고했다. 전통적인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차단되자, 범죄 조직들은 자영업자를 겨냥한 대리 구매(노쇼) 사기, 청년층을 노린 팀미션 부업 사기, 투자리딩방 등으로 수법을 교묘히 바꾸고 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6개월은 흩어져 있던 국가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피싱 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본 체계를 마련한 시간이었다"며 "사기범이 법의 공백과 최신 기술을 이용해 도망치더라도 더 끈질기고 집요하게 추적·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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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본부장은 "통합대응단은 앞으로도 국민의 일상을 보호하는 방패로서 24시간 깨어 있겠다"며 "의심스러운 전화나 연락을 받으면 주저하지 말고 1394를 눌러 달라"고 당부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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