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수 교보생명 WM팀 세무사
최근 자산가 상담을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상속과 증여 중 무엇이 유리할까요?"
"지금 증여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상속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까요?"
세무사로서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세법 규정과 공제 구조 그리고 자산의 성격에 따라 가장 유리한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자산가가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전 증여를 검토하고 가족법인이나 보험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절세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많은 상속 사례를 접하다 보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상속의 성공 여부는 반드시 세금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속세를 충분히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거나 재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산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반대로 세금 부담이 다소 있었더라도 자산 관리 구조가 잘 설계된 가문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부를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결국 상속에서 더 중요한 것은 '얼마의 세금을 냈는가' 보다 '남겨진 자산이 이후 어떻게 관리 되는가'에 달려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상속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부모가 90세 가까이 돼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른바 '노노(老老) 상속'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상속받는 자녀의 나이도 이미 60대 전후인 경우가 많다. 또한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이혼이나 재혼 등으로 가족 관계가 복잡해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상속을 단순한 '재산 이전 이벤트'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자산가들이 더 고민하게 되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자녀가 재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지 않을까?"
"내가 세워 놓은 계획이 10년, 20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문제로 귀결된다. 바로 '통제'의 문제다. 세금은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상속은 숫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족 관계, 자산 관리 방식, 미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와 같은 의사결정 능력 상실 문제나 예상치 못한 가족 간 분쟁은 기존의 절세 전략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세무사의 역할은 세금을 계산하고 절세 전략을 설계하는 데 있다. 그러나 세금 신고가 끝난 이후에도 자산은 계속 움직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 관리의 문제는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최근 자산가들의 관심은 '얼마를 남길 것인가'에서 '어떻게 관리되도록 만들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상속을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니라 하나의 자산 관리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부를 오래 유지한 가문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단순히 많은 자산을 남긴 것이 아니라 그 자산이 일정한 원칙과 구조 속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해 놓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상속의 핵심은 자산의 규모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세무사로서 상담을 하다 보면 고객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만들어 놓은 상속 구조가 10년 뒤에도 그대로 유지될까요?"
이 질문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답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만큼 상속은 세금만으로 완성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상속 설계는 절세 전략과 함께 자산 관리 구조를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상속을 단순한 세금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자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할 것인지까지 포함해 보다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속의 완성은 세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세금 이후에 시작되는 자산 관리의 문제에서 그 진짜 가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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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수 교보생명 WM팀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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