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비축량 부족, 식당도 폐업
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상시화 우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비축량이 적고 중동 의존도가 높았던 인도가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인도 정부는 가스 절약을 이유로 식당에서의 튀김요리와 장시간 끓이는 국물요리를 전면 금지했고, 이에 식당들이 대거 폐업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각 가정에서도 LPG 가스가 턱없이 부족하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부들이 직접 장작을 패러 다닌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중동 LPG 의존도 90% 인도…호르무즈 봉쇄에 가스대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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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미국에 이어 LPG 사용량 세계 2위 국가로, 그 수요의 9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해왔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LPG 선박들이 인도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전례 없는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됐다. 현재 인도 정부가 전국 가정용 공급을 위해 확보한 LPG는 필요 공급량의 20%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가정에 공급되던 가스는 이미 차단된 상황으로, 집 안의 가스레인지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그 여파로 최근 10일 사이 인도 전역에서 전기 인덕션이 40만 개나 팔렸다. 그나마 인덕션을 구매할 여력조차 없는 빈곤층은 산에서 나무 땔감을 직접 구해오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식당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적으로는 5%, 주요 대도시에서는 20% 이상의 식당들이 문을 닫고 있다. 정부가 가스 부족을 이유로 튀김요리를 금지하고 장시간 조리나 졸이는 요리도 제한했지만, 인도 요리의 대부분이 카레와 튀김류라는 점에서 사실상 요리 자체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스불마저 켤 수 없게 되자 민심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이란과 별도 협의를 통해 인도 국적 LPG 선박의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명목은 협의지만 실상은 통행료를 지불하고 배를 빼내오는 형태다. 또한 이란 우호국인 러시아와 중국 선박들처럼 자유롭게 통과가 허용되는 배들에 웃돈을 얹어 목적지를 인도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를 30% 저렴하게 들여오던 인도가 이제는 오히려 30% 비싸게 매입하고 있을 정도로 협상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이처럼 인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배경에는 취약한 에너지 비축 체계가 있다. 전략 비축유와 가스를 저장하는 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및 무역 분쟁에 대비해 일찍이 비축 시설을 확충했고, 한국은 전쟁에 대비해, 일본은 자연재해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대규모 비축 인프라를 갖춰왔다.


반면 인도는 경제 개발 역사가 짧은 데다 대규모 전쟁 위협이나 심각한 자연재해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이 강했다. 1950년대 냉전 시대부터 등거리 외교 원칙을 견지하며 미국, 러시아와 모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고, 중국과도 국경 마찰은 있었으나 전면적인 충돌 없이 지내왔다. 이 때문에 에너지 비축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석유와 가스 비축량이 25일치에 그쳤다.


인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75일치를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소비량을 극단적으로 줄인 비상상황을 전제한 수치였다. 실제 일평균 사용량 기준으로는 25일치에 불과했고, 전쟁이 한 달째에 접어들며 비축량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미얀마 등 인근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는 사용량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아 그 충격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뒤늦게 비축기지를 크게 확충하고 최소 90일치 이상의 비축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비축기지 하나를 건설하는 데만 5년에서 8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에 인도 안팎에서는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 끝나도 문제…에너지 수급 회복 수년 걸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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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에너지 수급이 곧바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이란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LPG 가스관과 생산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생산 시설 수리와 확충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즉각적인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한 달간 봉쇄되면서 수출을 하지 못한 산유국들의 저장고가 가득 차 생산을 중단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저장고에 쌓인 물량은 곧바로 유통할 수 있지만, 한 달간 생산이 멈춘 만큼 보유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 새로운 생산분이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수급 정상화는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최대 가스 수출국인 카타르가 이번 전쟁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에도 전체 수출량의 17~20%가량이 감소할 위험이 있으며, 생산 시설과 생산량이 회복되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인도와 남아시아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현재 비축량이 많아 인도처럼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상황은 아니지만, 전쟁이 더 장기화될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미 정부와 기업이 에너지 절약 운동에 나선 것도 단기간 내 해결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호르무즈 통행료 달라는 이란…에너지 비용 인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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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협상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된 것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문제다. 이란은 이 해협 전체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평시에는 유조선의 자유로운 통행을 허가하되 국제법상 자국 영해로 인정받고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란이 제시한 통행료는 선박 1척당 2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억원에 달한다. 터무니없는 금액이지만 인도처럼 사태가 다급한 나라들은 이를 실제로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가 고착화될 경우, 중동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에너지 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란이 주기적으로 해협 봉쇄를 단행할 경우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유럽과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함께 다국적 함대를 구성해 호르무즈해협을 아예 장악해버리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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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산 석유와 가스 수입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참여를 요청한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 사업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알래스카에 대규모 수출 터미널이 들어서면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중동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으며, 향후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가스 부족에 튀김요리까지 금지한 인도…에너지 대란 심각[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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