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상군 파견 후 군사기지 지원
"이란 주도 판세 뒤집을 기회로 판단"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거의 한 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주변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이 양자 중재를 통한 휴전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이례적인 행보가 중동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쟁 개시 전부터 트럼프 이란공격 부추겼단 의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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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이란의 무차별 보복 공세로 사우디 본토까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은 데 따른 대응이라는 명분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동 패권의 최대 경쟁국인 이란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약화시키려는 빈살만 왕세자의 숨은 야심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이번 전쟁 개시에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전쟁 초반에는 미국에 군사기지 제공을 거부하면서 미·이란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여러 미국 매체가 백악관 소식통의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빈살만 왕세자 간 통화 내용 등을 근거로 보도한 내용은 전혀 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빈살만 왕세자도 이참에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군사적으로 약화시키자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강하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란이 사우디 본토까지 계속 공격해오니 마지못해 미국 작전을 돕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의 주요 석유수출기지인 하르그섬에 지상군을 파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실제로 미국 해병대와 공수부대 약 7,000명이 이동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사우디가 배후에서 이미 준비를 갖추고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르그섬은 호르무즈해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반면, 이라크·사우디와는 매우 가까운 지역이다. 사우디의 군사협조 없이는 미국이 이 지역을 공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미군 지상군의 중동 이동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사우디가 미국에 군사기지를 내준 시점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한 달에 걸친 이란의 사우디 전역 공격에도 미군 기지 사용 허가를 꿈쩍도 않던 사우디가 갑작스럽게 방침을 바꿨다는 것은 그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전에 미국과 모의가 있었기에 이런 움직임이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중동 패권 판세, 사우디 주도로 뒤집을 기회로 판단했나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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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살만 왕세자가 이란 공격을 부추긴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본토 피격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석유 수출로 차단이 표면적인 명분으로 작용했지만, 그 이면에는 중동 패권의 판세를 사우디 주도로 뒤집으려는 전략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이라크 전쟁이 종식된 이후 사우디는 이란과의 중동 패권 분쟁에서 줄곧 수세적 입장에 처해왔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사이의 패권 경쟁에서 경제적으로는 사우디가 앞섰지만, 군사력에서는 이란이 훨씬 강력했다.


특히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이후 중동 내 수니파 입지는 크게 약화됐다. 수니파 국가였던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고 시아파 연립정권이 이라크에 들어선 뒤, 이라크와 시리아에는 친이란 시아파 군벌 세력이 대거 형성됐다. 시아파 국가인 예멘에서는 후티 반군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사우디와의 전쟁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는 남쪽으로는 예멘, 동쪽으로는 이라크의 시아파 군벌, 서쪽으로는 시리아의 시아파 군벌에 둘러싸인 형국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수니파 정권이 들어섰으며, 이스라엘·하마스 교전을 거치면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친이란 군벌들의 세력도 크게 약화됐다. 이제 미국이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하면서 사우디 입장에서는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역전할 전략적 기회가 열린 셈이다. 빈살만 왕세자가 미국·이스라엘과 손을 잡은 것도 이러한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사우디가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완전히 한편이 된 것은 아니다. 빈살만 왕세자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왕정 국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예전처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행보도 한몫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변화한 중동 판세가 배경에 깔려있다.


중동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강했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이 중동 출구전략을 선언하면서 중동에 대한 전략적 가치는 크게 줄었다. 결정적으로, 미국은 현재 중동에서 석유를 전혀 수입하지 않는다. 미국과 캐나다의 석유 생산량이 중동을 이미 크게 웃돌고 있어 의존도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다.


반면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들은 여전히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사우디산 석유는 절반 이상을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결국 사우디 입장에서도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 형성된 것이다.


이스라엘 역시 사우디에는 복잡한 존재다. 이스라엘은 현재 중동에서 유일한 핵 보유국이며, 가장 큰 숙적이었던 이란이 약화되고 나면 그다음에 중동 패권을 놓고 맞닥뜨려야 할 상대가 이스라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의 교전을 빌미로 레바논 국경지대를 점령해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도 대규모로 진행 중이다. 이란만큼이나 이스라엘도 경계해야 할 대상인 사우디로서는 미국·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완전히 밀착시킬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美-이란 협상 결렬시 확전 전망…중동전쟁으로 격화 우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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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에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이 이란의 최대 석유기지인 하르그섬을 지상군으로 공격하면 전쟁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하르그섬이 공습을 받을 경우 중동 전역의 인프라를 무차별 공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렇게 되면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연맹 국가들이 미국·이스라엘과 연합해 참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국가들이 지금까지 자국 인프라 피해를 우려해 참전을 주저해왔지만, 종주국인 사우디가 참전으로 선회하면 나머지 국가들도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국가들이 상당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국지적 공습전으로 진행되던 이란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전면 지상전으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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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출구전략을 짤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도 미국 정부는 이란 전쟁에 하루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5,000억원 이상의 전비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전면 지상전이 현실화되면 소요 예산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 되고, 자칫 미국 정부의 재정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보 측면에서도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너무 많은 무기를 이란 전선에 투입한 나머지 동아시아에서의 중국 견제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미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만에 하나 이 틈을 노려 중국이 대만이나 기타 지역에 군사도발 또는 침공을 감행할 경우 대응이 어렵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제약 요인들을 감안하면,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피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美에 이란 공세 요청한 빈살만…중동패권 노리나[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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