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美 NBCC 소설상…번역문학 넘어 '동시대 소설'로 인정받았다
영어판 'We Do Not Part' 소설 부문 선정
제주 4·3 기억 조명…현업 비평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 'We Do Not Part'가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Awards)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202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2024년 10월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포니정홀에서 열린 '2024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더뉴스쿨에서 열린 2025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한강의 작품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영어판은 이예원과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가 번역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1974년 출범한 미국의 대표적 비영리 문학단체다. 현업 비평가와 북리뷰 편집자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매년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도서를 대상으로 소설, 논픽션, 전기, 자서전, 시, 비평 등 부문별 수상작을 가린다. 협회는 이 상을 "현업 비평가와 북리뷰 편집자가 수여하는 유일한 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강은 올해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캐런 러셀의 'The Antidote', 케이티 기타무라의 'Audition', 솔베이 발레의 'On the Calculation of Volume (Book Ⅲ)', 앤절라 플라워노이의 'The Wilderness' 등과 경쟁했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NBCC상을 받은 것은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 영어판 'Phantom Pain Wings'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수상은 번역서 부문이 아니라 소설 본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 비평계가 이 작품을 '번역문학'의 특수 범주에 머물지 않는, 동시대 소설의 한 성취로 받아들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AP에 따르면 NBCC 소설 부문 심사위원장 헤더 스콧 파팅턴은 이 작품에 대해 "우울과 혹독한 날씨, 낮게 웅성거리는 문장이 만들어낸, 오래 남는 꿈 같은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 한국에서 먼저 출간된 뒤 2025년 1월 미국에서 영어판이 나왔다. 소설은 작가 경하가 친구 인선의 부탁을 받고 눈보라를 뚫고 제주로 향하는 여정을 따라가며, 제주4·3의 기억과 국가폭력의 상흔, 우정과 애도의 시간을 깊고 서늘한 문장으로 파고든다. 죽은 자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 끝내 작별할 수 없는 기억의 윤리를 한강 특유의 밀도 높은 문체로 밀어 올린 작품이다.
미국 출판계와 평단도 이 소설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으로 읽어왔다. 퍼블리셔스위클리는 이 책을 한국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지워지지 않게 탐색한 소설로 소개했다. 가디언은 지난달 리뷰에서 이 작품을 한강 문학의 집약판이자 창조적 정점에 가까운 소설로 평가하며, 제주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의 진실을 환상적이면서도 참혹한 이미지로 증언한다고 썼다. AP 역시 이 작품이 1948~1949년 제주 봉기와 진압 과정의 참상을 다룬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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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미국 유력 문학상에서도 다시 한번 이름을 새기게 됐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 문단의 중심에 들어선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영어권 독자와 비평계에서의 존재감을 한층 더 넓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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