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의 아버지' 김정호 "터보퀀트, 메모리 수요 흔들 수준 아냐"
학계, 산업계, AI기업 전문가의 터보퀀트 영향 진단
"SW·하드웨어 반도체 혁신은 계속될 것"
"검증 필요...메모리 수요 줄 지 않아"
"AI연구 비용부담 줄 것"
구글의 인공지능(AI) 압축 알고리즘 '터보퀀트(TurboQuant)'가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강타했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메모리 수요는 여전할 것이며 오히려 AI를 활용한 연구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KAIST 교수는 27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터보퀀트의 등장을 반기면서도 "터보퀀트는 기존 압축 기술이나 양자화(quantization)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장선에 있다"며 "새로운 방향성은 있지만 이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구글이 발표한 터보퀀트는 AI 모델의 KV캐시를 3비트로 압축해 메모리 사용을 6배나 줄이고 속도는 8배 늘리는 알고리즘이다.
김 교수는 터보 퀀트에 기술적 한계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KV캐시를 압축하고 이를 다시 풀어 사용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시간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신호 손실이나 환각 문제 등도 발생할 수 있어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문맥(Context) 길이가 길어지거나 멀티모달로 확장되는 경우에는 유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의 안정성 검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영향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이번 기술이 메모리 수요 구조 자체를 흔들 정도의 임팩트를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저장장치에 사용하는 낸드플래시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증시에서 발생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 하락에 대해서는 일시적 이벤트일 것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시장 반응이 다소 과민하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며 "작년 딥시크(DeepSeek) 등장 당시와 유사한 흐름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AI 인프라에서 메모리 장벽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반도체 구조를 결합한 혁신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사인 하이퍼엑셀의 이진원 CTO도 신중론을 내놨다. 그는 "KV 압축 자체는 이미 다양한 연구가 축적된 분야로, 터보퀀트 역시 기존 양자화 기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KV캐시는 생성과 동시에 저장되고 바로 연산에 활용되기 때문에 압축과 복원 과정에서 추가 연산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이 최적화되지 않으면 메모리는 줄어들어도 오히려 속도가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자 측면에서도 시장 해석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메모리 사용량이 줄어들면 오히려 더 긴 콘텍스트를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AI 활용 자체가 확대되면서 전체 메모리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자원의 이용 효율이 높아지면 비용이 하락하고, 결국 해당 자원의 전체 소비량을 폭발적으로 늘린다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발생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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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CTO는 "에이전틱 AI가 압도적으로 많은 KV캐시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AI를 직접 활용하는 연구 현장에서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과학연구를 진행 중인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는 "AI 과학자는 수십만편의 논문을 읽고 가설을 세우기 위해 많은 토큰을 사용하는 데 따른 부담이 있어 최적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에 대해 구글이 대안을 제시했다"고 반겼다. 김 대표는 "논문, 특허, 오믹스 데이터, 분석 결과를 함께 읽고 연결해야 하는 바이오 AI에서는 메모리 효율과 검색 비용이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라면서 바이오 AI 개발을 위한 부담을 터보퀀트가 줄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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