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가 인하에 '경영전략 수술' 나선 제약업계
약가 산정률 53.55%→45%로 10년간 단계적 인하
원가 부담 줄이기 위해 대채원료 확보·공급망 다변화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수익성 높은 분야 중심 재편
제네릭(복제약)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지금의 53.55%에서 45%로 단계적으로 조정해 약가를 최대 16% 낮추는 정부 방침과 관련해 제약업계의 혼란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2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전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이 확정된 직후 각 제약기업들은 비용 절감 등 경영전략 재정비에 착수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약가 인하 기조는 유지됐다"며 "제도 시행 이후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이번 정책의 영향은 특정 영역이 아니라 전반적인 비용 구조에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A사의 경우 당장 약가 인하에 따른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체 원료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수익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B사는 투자 전략을 조정했다. 신약 개발 등 핵심 연구개발(R&D)은 유지하되 마케팅·설비·운영 등 비핵심 영역의 지출은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방향이다.
B사 관계자는 "R&D는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영역인 만큼 쉽게 줄일 수 없지만 약가 환경이 악화할수록 전체 투자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다른 영역 투자를 줄여 R&D를 방어하는 구조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 제약사들 사이에선 이번 방침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일부 저수익 품목 정리나 비용 절감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지만 중소사는 상황이 다르다"며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제네릭 약가에서 나오는 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약가가 더 내려가면 신약 개발 R&D 투입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원료의약품(API)을 인도와 중국에 의존하는 현재 공급 구조에서 외부 변수까지 겹칠 경우 업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약업계가 약가 인하 대응을 위해 꾸린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가 전날 건정심에서 최종 의결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고령화로 인한 국내 약품비 급증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14년 만에 단행된 종합대책이다.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제네릭 약가 구조를 전면 개편해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오는 하반기부터 45%로 하향 조정하고, 이미 시장에 등재된 특허만료 오리지널, 제네릭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등재 시점별로 그룹을 나눠 약 10년간 연차별·단계적으로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일례로 고혈압약 '노바스크정'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현재는 한 해 약값이 13만3995원,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30%)은 4만187원이지만, 약가 산정률이 45%로 인하되면 약값은 11만6070원, 환자 부담은 3만4821원으로 낮아진다.
또 동일 성분 제네릭이 수십 개씩 쏟아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기존에는 20번째 품목부터 가격을 인하했지만, 앞으로는 13번째 품목부터 직전 최저가 대비 15%씩 약가를 내리는 '계단식 인하'를 적용한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규 제네릭에 대해서는 약가를 60% 우대해 산정률을 49% 수준으로 최대 4년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견실한 중견 제약사를 지원하기 위해 신설한 '준혁신형 기업'에 대해서는 47%를 적용하는 등 기업의 체질 개선도 유도하기로 했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내년부턴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현행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획기적으로 줄여 신속하게 급여를 적용한 뒤, 실제 임상 성과(RWE)를 데이터 기반으로 정밀 평가해 약가를 사후 조정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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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이번 개편을 통해 우리 약가 제도를 주요국 수준으로 선진화해 국민들의 치료 접근성·보장성은 대폭 높이고 약품비 부담은 경감될 것"이라며 "약가 인하가 완료되는 2036년부터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규모가 한해 약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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