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末머니]반도체와 종이는 무슨 관계?…구글 '터보퀀트'의 역설
구글이 메모리 반도체 사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터보퀀트' 기술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터보퀀트의 최대 수혜주는 결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글이 출시한 터보퀀트는 인공지능(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배까지 줄여주는 데이터 압축 알고리즘 방식이다. 구글이 24일(현지시간) 관련 논문을 공개한 이후 AI 기술 효율성 증가에 따른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는 이틀 연속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같은 우려는 기우라는 의견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의 등장이 구조적인 메모리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면서 "터보퀀트는 아직까지 논문 수준으로 실제 적용까지는 시차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터보퀀트로 인해 AI 운영 비용 감소 및 이용 효율 증가→다수의 후발 기업 AI 생태계로 진입→AI 시장 파이 증가 및 전체 메모리 총수요 증가(제본스의 역설)라는 시나리오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앞서 딥시크가 나왔을 때도 관련주들은 단기 급락 후 빠르게 주가를 회복한 바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월 딥시크 공개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단기 급락(-17%)을 기록했으나 불과 한 달내 빠르게 회복하며 오히려 이전 수준을 상회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터보퀀트 및 딥시크는 모두 저비용, 고효율 AI 실현을 위한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향후 5년간 예상되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속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기술만으로 폭증하는 AI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도 "이와 유사하게 지난해 1월 딥시크 사태 때도 초기 시장 반응은 대체로 쇼크를 보인 이후 중장기적으로 재차 랠리를 펼쳤던 바 있다"면서 "결국 이번 터보퀀트발 메모리 주가 급락은 전쟁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 1년간 급등세를 펼쳤던 반도체주의 단기적 차익 실현 성격이 강했다고 판단되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 축소 대응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효율 혁신은 수요 폭증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터보퀀트의 표면적 목적은 AI 모델 경량화를 통한 비용 절감과 전력 효율 개선에 있으나 보다 본질적인 전략적 의도는 전체 AI 추론 수요의 구조적 확대에 있다"면서 "현재 AI 산업은 단순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애플리케이션과 운영체제(OS)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터보퀀트와 같은 기술은 더 많은 사용자를 AI 환경으로 유입시키고 개발자와 서비스가 구글 스택 내에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 결국 AI 사용량의 폭발적 증가 → AI 생태계 락인 강화 → AI 플랫폼 지배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1990년대 인터넷 도입 초기에도 이메일, 디지털 문서 확산으로 종이 사용량 감소가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PC, 프린터, 이메일 사용 증가와 웹 문서 출력 확대가 맞물리며 12년간(1995~2007년) 종이 사용량이 급증했었다. 김 연구원은 "이는 효율 개선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총수요를 확대시키는 리바운드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AI 역시 동일한 경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72점에서 92점 나오자 난리 났다…문제 찍으면 답 ...
결국 구글 터보퀀트의 최종 승자는 메모리 반도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연구원은 "터보퀀트를 비롯해 그록(Grok), SRAM 등 다양한 저비용 AI 기술은 AI 사용 장벽을 낮추고 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면서 "이는 곧 연산량 증가와 메모리 탑재량 확대로 직결된다. 결국 AI 생태계 확장 경쟁의 최대 수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른 최선호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제시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