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성공보수는 '착수금 후불제'
무효 판결로 사법 약자 궁지에
보상체계 붕괴…변론의 질 하락
'합리적 약정' 유연한 운영 필요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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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보수는 변호사의 탐욕이 아니다. 목돈이 없는 서민들이 누명을 썼을 때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변호사와 맺는 일종의 '착수금 후불제'다. 대법원이 이 징검다리를 끊어버리면서 사법 약자들의 방어권이 무너졌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2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대법원의 형사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에 대해 "이상론에 매물돼 현실의 사법 복지를 망가뜨린 판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형사 성공보수 금지로 서민층이 피해를 봤다고 했다. 그는 "성공보수가 막히자 전관 변호사나 대형 로펌들은 착수금을 대폭 올렸다"며 "자산가들은 여전히 고액의 착수금을 내고 양질의 조력을 받지만, 그럴 여력이 없는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선임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청년변호사들은 차마 착수금을 높이지 못한 채 의뢰인의 절박한 사정을 듣고 성공보수를 약정하지만, 정작 승소 후 의뢰인이 '법적 효력이 없다'며 지급을 거부해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결국 수익성이 악화된 청년변호사들이 형사 사건 자체를 기피하게 되면서 약자를 돕고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건강한 사다리'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변론의 질 하락도 언급했다. 조 회장은 "서울변회에 접수되는 징계 및 진정 유형을 보면,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이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내용이 압도적"이라며 "결과에 따른 보상 체계가 무너지니 착수금만 받고 성실히 임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은 "일본은 형사 성공보수를 인정할 뿐 아니라 미국·영국은 시간제 보수(Hourly Rate)가 안착해 변호사의 노동 가치를 보전해 주고, 독일은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해 방어권을 보장한다"며 "우리나라는 이 같은 대안적 장치 없이 형사 성공보수 '무효'만을 선언해 사법 현장의 기형적 구조를 심화시켰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 그는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통한 사후 통제를 제시했다. 사건의 난이도, 투입 시간, 결과의 중대성을 고려해 법원이 지나치게 고액인 경우에만 일부 무효화하는 식의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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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변호사가 무죄나 무혐의를 끌어냈을 때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라며 "부당한 고액 수임료 등 비윤리적 행위는 변호사 단체 차원에서 철저히 규제하되, 서민들이 변호사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합리적 약정'은 다시 권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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