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가공업체 원가부담 25%↑
90% 이상 영세업체…가격 협상력 떨어져
납품대금연동제 시행 중이나 유명무실
업계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여파로 플라스틱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막히면서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원가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도록 한 '납품단가연동제'의 이행 여부를 점검해 수탁기업의 원가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거래 단절 등을 우려해 약정 자체를 요구하지 못하는 중소 업체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나프타 도입 차질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국내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24일 경기 안산시의 한 플라스틱 필름 제조 공장 내 폴리에틸렌 등 원료가 쌓여 있어야 할 원료창고가 듬성듬성 비어있다. 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나프타 도입 차질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국내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24일 경기 안산시의 한 플라스틱 필름 제조 공장 내 폴리에틸렌 등 원료가 쌓여 있어야 할 원료창고가 듬성듬성 비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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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의 원가 부담은 평균 25% 수준 인상됐다. 지난달 이들 업체가 원료 공급사인 국내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구매한 평균 폴리에틸렌(PE) 단가는 t당 154만원이었으나, 나프타 수급 차질이 본격화한 이달 초 일제히 t당 40만원 인상 통보를 받았다. 연합회에 따르면 한 업체의 경우 t당 가격이 80만원 가까이 오르면서 원가 인상률은 52%에 달했다.


플라스틱 가공업체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구매한 합성수지(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를 원료로 비닐·포장재·필름류 등의 제품을 제조한 뒤 식품·유통업체 등에 납품한다. 문제는 이번 사태처럼 합성수지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대형 석유화학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할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이들 업체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가공업체의 90% 이상은 10인 미만의 영세 업체로, 원재료를 공급하는 대기업과 완제품을 납품받는 수요기업 사이에서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납품단가연동제가 2023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10% 이상 변동하면 수·위탁 기업 간 계약을 통해 해당 변동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연동 약정 체결이 법적으로 강제성을 띠지 않는 데다, 대체 공급자가 많은 플라스틱 가공업계 구조상 영세업체가 대형 수요기업에 약정 체결을 요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기 안산에서 포장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플라스틱 성형이 특별한 기술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결국 납품 단가 자체가 경쟁력이다. 거래 단절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음 계약 때 납품 물량을 줄이는 등 위탁 기업으로부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주변에서도 연동 약정을 체결해 납품 단가를 조절했다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쟁 탓에 원가 50% 올랐는데…납품대금연동제 유명무실 원본보기 아이콘

중소벤처기업부는 위탁 기업 측에 공문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약정 체결을 권고하고 연동 약정서를 발급하지 않는 등의 사례에 대해서는 직권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업계의 의구심은 걷히질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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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전무는 "연동 약정 체결 대상임에도 수탁기업이 위탁기업 측에 체결을 요구하기 어려워 단가를 조정하지 않은 경우는 정부 직권조사로도 적발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중소업체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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