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칼럼]K방산의 견리망의
AD
원본보기 아이콘

'견리망의(見利忘義)'. 2023년 전국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다. '이로움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었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교수는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 정책 등 공적인 영역마저 사익 추구에 잠식당한 상황을 짚은 것이다.


이 사자성어는 2023년만 해당할까. 올해 K 방산에도 딱 들어맞는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를 보자. 방진회는 군사 정권 시절인 1976년 설립됐다. 방위산업 경쟁력 향상과 수출 촉진을 위한 활동이 설립 목적이다. 50년이 지난 방진회 회원은 해마다 늘었다. 정부가 지정한 방산업체로 구성된 정회원사 81개, 방산 관련 업체로 구성된 준회원사 723개 등 총 804개 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방진회는 지난 몇 년간 방산기업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 임원 간에 알력 다툼으로 허송세월만 보냈다. 비상근인 회장과 상근직 임원 간의 갈등 골이 깊어지면서 올해 초 육군 중장 출신인 상근부회장과 해군 준장 출신인 전무 등 2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여기에 상무 1명까지 정년퇴직하면서 사실상 지휘부가 공백 상태에 놓였다. 방산기업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며 임원을 지원했지만 정작 방산기업에 먼저 등을 돌렸다.


방산기업들이 주축이 된 이사회는 배신감에 칼을 꺼내 들었다. 올해부터 상근부회장은 육군 중장 출신만 임명하게 돼 있는 정관을 바꿨다.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50년 동안 방산 경력이 없는 육군 예비역 출신이 독차지해 온 폐해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였다. 해군도 마찬가지다. 상근부회장 밑에 있는 상근직인 전무 자리도 해군 준장만 차지하도록 한 정관을 뜯어고쳤다.

방진회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산업계는 우려한다. 거꾸로 가는 조직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우주항공협회)다. 협회는 우주항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건의와 관련 제도 개선, 항공 연구개발 사업 지원,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개최 등을 담당한다. 회원사는 국내외 우주항공 기업 150여개 사가 가입돼 있다. 최근 우주항공협회는 윤병호 전 공군 참모차장을 상근부회장으로 내정했다. 군 출신이 상근부회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출신이라고 해서 무능한 것은 아니다. 방산기업에서 활동하는 예비역 군 출신 중에서는 공채 출신 임원보다 우수한 자원이 많다. 다만 K 방산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예비역 군 출신이 모여있는 학회나 협회가 난무하는 게 문제다. 이들 단체는 방산 세미나, 방산 전시회를 주도하며 방산기업에 협찬을 요구한다. 방산기업에 취업한 예비역들은 이들의 통로다. 예비역 단체들의 활동은 K방산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이나 단체를 위한 사익 추구가 먼저다.

AD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방위산업을 비리의 온상으로 몰아갈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방산 비리 광풍에 일조한 적은 없는지, 방산기업에 칼을 겨눈 적은 없는지를 되묻고 싶다. '견리망의(見利忘義)' 사자성어가 자신에게 해당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