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 산정률 45% 확정에 제약업계 '비상'
약가인하 현실화에 업계 전반 긴장감
수익방어 수단 제한적…"비용절감 불가피"
중소 제약사 직격…구조조정 신호탄 해석도
제네릭 수익 기반 R&D 재투자 약화 우려
"약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구조에서 원가 절감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 수단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와 비용 구조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다."(대형 제약사 사업전략 실무 관계자)
"R&D는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영역인 만큼 쉽게 줄일 수 없지만 약가 환경이 악화될수록 전체 투자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다른 영역 투자를 줄여 R&D를 방어하는 구조가 반복될 것이다."(대형 제약사 R&D전략 담당자)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약가 산정 비율이 업계가 요구한 40% 후반 수준에 못 미치는 45%로 확정되면서 제약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소형·대형 제약사를 막론하고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이 확정되면서 각 제약기업들은 경영전략 재정비에 착수했다. 약가 인하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수익성 방어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편안은 산정률 45%를 기준으로 하되 혁신형 제약기업은 최장 4년간 49%, 새롭게 도입된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3년간 47%를 적용하는 특례를 뒀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보완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네릭 의약품 외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대형 제약사들도 상황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약가 인하 기조는 유지됐다"며 "제도 시행 이후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이번 정책 영향은 특정 영역이 아니라 전반적인 비용 구조에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의 대응은 비용 구조 재편으로 수렴되는 모습이다. A사는 약가 인하에 따른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체 원료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수익성이 높은 분야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B사는 투자 전략을 조정했다. 신약개발 등 핵심 연구개발은 유지하되 마케팅, 설비, 운영 등 비핵심 영역의 지출은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방향이다.
중소 제약사에선 이번 약가 개편이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일부 저수익 품목 정리나 비용 절감으로 대응 여지가 있지만 중소사는 상황이 다르다"며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품목 정리와 조직 효율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업을 의약품판촉영업자(CSO)에 의존하는 구조가 많은 중소 제약사의 경우 부담이 외부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비용 절감이 이어지면 CSO 업계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대규모 약가 인하 당시와 유사한 긴축 흐름이 재현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현재는 R&D 투자 비중이 커진 만큼 파급력은 더 클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정 비율 조정이 단기적으로 산업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릭 수익 기반의 연구개발 재투자 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제네릭 약가에서 나오는 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약가가 더 내려가면 신약 개발 R&D에 투입할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중견 제약사들은 마케팅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생태계 전반의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료의약품(API)을 인도와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 구조에서 외부 변수까지 겹칠 경우 업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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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다만 혁신형 기업 인센티브 등 보완책이 정교하게 설계된다면 이번 제도 변화가 산업구조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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