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美 식단 지침 다룬 보고서
심장병 줄이려 적색육 권장 안해
대신 닭가슴살 '건강한 고기'로 부상
닭가슴살과 닭다리살 중 유달리 닭가슴살을 선호하는 미국인. 그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미국의 독보적인 닭가슴살 사랑은 사실 웰빙 식품 열풍에서 왔다. 지방이 적은 육류를 건강한 식자재로 권고한 정부, 그리고 닭가슴살 가격 급등에서 기회를 포착한 육계 농가의 합작이다.
심장병 막으려 동물성 지방 제한한 美…닭다리도 기피
미국의 닭가슴살은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가 직접 나서 닭가슴살 비중을 크게 늘린 육계 품종을 발굴하는 '내일의 닭'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였다. 해당 프로젝트로 탄생한 품종 '브로일러'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기르고 소비된다.
하지만 닭가슴살이 본격적인 인기를 얻은 건 1970년대부터였다. 특히 1977년 미 식품의약청(FDA)에서 발간한 미국인 식단 가이드라인 '맥고번 보고서'가 발단이었다.
맥고번 보고서는 당시 급증하기 시작한 심장병, 뇌졸중 등 성인병 문제의 원인이 기름진 식단에 있다고 판단했고, 동물성 지방과 설탕 섭취 감소를 미국 보건 정책의 지상 과제로 삼았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닭가슴살 등 '백색육'은 권장됐고, 그 반대인 닭다리살 등 '적색육' 소비는 줄여야 한다는 지침이 나왔다.
닭가슴살이 건강한 고기로 각광받자, 육계 가공 업계도 기회를 포착했다. 미국 식문화 전문 잡지 '슬레이트'에 따르면, 1980년대 당시 축산 농가와 육계 가공 기업들은 닭가슴살의 저지방 고단백질 영양 성분을 강조하며 '프리미엄 식품' 이미지를 강조했다. 매체는 "닭고기를 취급한 기업들이 닭다리를 일부러 폄훼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닭다리와 가슴살의 칼로리, 지방 함량 차이를 부각하자 소비자들은 닭가슴살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민자 늘자 닭다리 맛 눈 떠
미국 가계의 닭가슴살 선호는 식품 산업의 지형도 바꿨다. 슬레이트에 따르면, 2007년 당시 미국 가계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9번 닭고기를 섭취했지만, 이 가운데 다리살이나 허벅지살 소비는 단 2회에 그쳤다. 이 때문에 소비되지 않고 버려지는 다리, 허벅지 등 적색육 폐기물 양이 폭등했다. 미국 농가는 다리살과 허벅지살을 폐기하는 대신 러시아, 아시아 등지로 적극적으로 수출했는데, 연평균 16억파운드(약 7억2500만㎏)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 미국인도 닭다리의 맛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닭다리를 섭취해 온 아시아, 히스패닉계 이민자 인구가 늘면서다. 급증한 닭가슴살 가격,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닭다리살 튀김 메뉴를 내놓는 추세도 한몫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닭다리살로 제조된 닭고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1%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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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우려도 완화하고 있다. FDA는 올해 초 새로운 미국 식단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단백질뿐만 아니라 '건강한 지방'도 식품 피라미드 최상단에 놓기로 했다. 이와 관련, 미 노스이스턴 과학대학은 "그동안 미 연방 정부는 미국인들에게 적색육과 포화지방이 함유된 식품 섭취를 제한하도록 권고해 왔다"며 "하지만 새로운 지침은 적색육, 식물성 식품, 동물성 식품 모두에서 단백질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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