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협력 의무에 형사처벌은 과도”
비례원칙 위반 판단
병력동원 통지, 국가 공적 사무
“책임 개인 전가 안 돼”
6개월 이하 징역 규정에 제동
“형벌 보충성에도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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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동원훈련 소집 통지서를 대신 전달받은 가족이 이를 당사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국가가 수행해야 할 공적 업무를 개인에게 전가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26일 헌재는 구 병역법 제85조 중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전달하지 않은 경우'를 처벌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병력동원훈련 대상자의 아버지가 통지서를 수령하고도 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가족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과도하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병력동원훈련 통지와 같은 업무는 "국가 공동체를 운영하는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공적 사무"라고 전제했다. 가족 등이 통지서를 대신 수령하고 전달하는 역할은 어디까지나 행정절차를 돕는 협력 의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조항은 단순한 전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이를 두고 "국가의 공적 책임을 행정 편의상 개인에게 전가한 것"이라며 "형벌의 보충성에 반하고 책임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우편, 전자송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가 직접 통지를 완료할 수 있음에도 가족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필요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통지서 미전달의 경우에도 과태료 등 행정적 제재로 충분히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2022년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전달하지 않은 가족을 처벌한 규정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린 것과 같은 흐름이다. 국가의 통지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입법에 대해 일관되게 제동을 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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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병역법은 올해 1월 개정을 통해 통지서 전달 의무 위반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완화했다. 다만 개정 전 행위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이 적용돼 이번 사건의 위헌 여부가 별도로 문제됐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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