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인 고액 착수금 고착화 폐해 심각
사적자치의 원칙·계약의 자유 침해
대법원, 현실과 동떨어진 판례 변경해야
'재판소원'으로 위헌성 판단 받아봐야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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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도, 예수님도 '인센티브가 없어도 사람은 노력해야 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형사성공보수를 주제로 지난 23일 국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성공보수 약정이 없어도 변호사는 성실하게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형사성공보수 약정을 전부 무효로 판단했는데,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라는 게 대부분 변호사들의 반응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한 항소심 재판부가 형사성공보수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대법원의 입장이 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변호사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며 모든 형태의 형사성공보수 약정이 민법 103조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한 종전 대법원 판결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아무리 변호사의 공적 역할을 감안한다 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형사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뢰인과 변호사 간 성공보수 약정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사적자치의 원칙에 반하는 계약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다.


비단 수사 대상이 된 피의자나 피고인뿐만 아니라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민사재판의 피고나 영업 취소 처분으로 유일한 생계 수단을 잃게 된 행정소송의 당사자도 절실하고 궁박한 상태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건 매한가지다. "문제는 의뢰인의 곤궁한 상태를 이용한 과다한 보수 약정에 있는 것이지, 성공보수 약정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하급심 재판부의 지적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이 판례 변경을 통해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는 미미했던 반면, 형사사건 수임 구조가 기형적으로 변질되며 발생한 여러 부작용의 폐해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사실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실무 현장에서는 나중에 받을 성공보수를 고려해 처음부터 착수금을 높여 받는 관행이 고착화됐다. 그러다 보니 전관 출신 변호사나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고액의 착수금을 받을 수 있게 된 반면, 청년 변호사나 중소 로펌 변호사는 형사사건 수임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 초래됐다. 결국 경제력이 부족한 피의자나 피해자는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충분한 조력을 받기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변호사의 직무가 공공성을 띤다 해도 어디까지나 변호사는 개인사업자 혹은 근로소득자다. 사건 수임 이후 성공보수 유무와 관계없이 똑같이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본성에 반한다. 이는 실제 연구 결과 수치로 입증됐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1070명의 변호사가 수임한 15만7000여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2015년 전합 판결 이후 동일한 변호사의 형사사건 승소율이 민사사건 승소율보다 6.2%포인트 낮게 집계됐다. 약 1000명의 변호사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형사성공보수 무효 판결 이후 형사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이 감소했고, 형사재판에 대한 불복률이 감소하는 등 변호인으로서의 법률 조력 수준이 저하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의 대법 판결이 선고된 배경도 석연치 않다. 당시 대법원은 전합 회부 사실도 공개하지 않고, 공개변론도 없이 심리를 진행하다 어느 날 갑자기 만장일치로 판결을 선고했다.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는 변협 집행부를 압박하고, 청와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생색내기용으로 수개월 전부터 기획한 판결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하창우 전 변협회장이 '사법농단'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가서 법원행정처로부터 검찰이 압수한 문건을 직접 확인하고 폭로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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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인간의 본성에 반하고 헌법상 계약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큰,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기존 입장을 스스로 변경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해 위헌성 판단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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