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대란을 맞았다. 주유를 위해 몇시간씩 기다리거나, 조리용 연료가 부족해 음식점이 문을 닫는 등 민생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시작으로 산업 전반에 그 여파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에너지 동맥경화에 필리핀 같은 국가는 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이번 에너지난이 코로나19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충격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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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불러온 실생활 불편

방글라데시 정부는 최근 대학 휴교와 연료 판매 제한, 비료공장 가동 중단 등 절감 조치를 시행했다. 원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이 나라의 운전자들은 주유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몇 시간씩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한다.


인도에서는 튀김만두 사모사와 같은 음식 판매를 중단하는 식당이 나오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지 언론이 인용한 시장 추정치로는 휴업·폐점 상태의 식당이 5% 안팎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덕션 등 대체 조리기구로는 튀김 요리를 만들기 어렵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LPG 소비량이 많은 국가다. 지난해 조리용으로만 LPG 3315만t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수입량은 전체 수요의 60%를 차지했다. 그중 90%가량이 중동산이다.

최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에너지 비상 대응을 위해 행정명령 110호에 서명했다. 그는 "에너지 공급이 심각해질 위험이 임박해 있다"며 "국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동남아시아 담당 책임자인 피터 멈퍼드는 "이 지역은 장기화되는 분쟁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충격에 매우 크게 노출됐다"며 "항공편 취소, 어선 운항 중단, 관광 산업 타격 등을 포함해 2차, 3차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태국과 파키스탄 등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근무시간 조정과 재택근무 확대 등 에너지 절약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연료 배급 등 보다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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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 넘어 산업 여파로

산업 전반에도 충격파가 닥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석유화학 기업들은 나프타(납사)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감산에 나섰다. 나프타는 원유를 원료로 한 석유화학 제품의 기본 소재다. 이른바 '산업의 쌀'로 불린다.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비료, 합성고무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LG화학 여수공장은 나프타 도입 차질로 연간 80만t 규모의 NCC(나프타 분해시설) 2공장 가동을 지난 23일부터 중단했다. 특히 한국은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다.


일본도 석유 관련 제품 공급망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원유와 나프타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일본 화학업체들이 석유화학 제품 감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본 최대 화학 기업인 미쓰비시 케미칼은 나프타 분해 설비인 스팀 크래커 가동률을 낮췄다. 일본은 나프타의 약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가 중동산이다. 일본 내에서 생산하는 나프타도 원료가 중동산 원유에 기반하고 있어 전체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는 약 80%에 달한다.


석유화학 공장의 나프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일본의 산업용 천연가스 사용량도 감소할 수 있다. 도쿄가스의 사사야마 신이치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나프타나 기타 석유 제품을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이들이 생산이나 운영을 축소할 경우 당사의 가스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체의 감산이 에너지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제조업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에너지 산업에서 외면받았던 석탄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석탄 산업을 사실상 유지·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석탄을 화학제품과 연료로 전환하는 산업을 키우며 수입 원유와 가스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이번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번 이란 전쟁이 석탄 산업 의존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궈롄민성 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화학 제품 가격 상승으로 석탄화학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신규 프로젝트 승인 속도가 빨라질 경우 기업 가치 상승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악몽이 떠오른다

에너지난의 파장이 커지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각국 경제를 대상으로 추가 자금 지원 필요 여부를 점검하는 시나리오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IMF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경제 성장률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의회 연설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우려 섞인 발언을 했다. 그는 "이번 전쟁으로 어려운 글로벌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처럼 단결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가 코로나19를 언급하며 위기 대응을 강조한 것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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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에너지 수급 불안이 심화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클레이즈는 보고서를 통해 "부채 상환 유예와 재정 규제 완화, 통화 발행 등이 이뤄졌던 경험은 유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일종의 정책 매뉴얼을 제공한다"며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신흥 아시아 국가들은 팬데믹 당시 정책을 참고해 경제 활동에 대해 봉쇄 수준의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기자가 작성하고 AI가 부분 보조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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