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많이 만드는 대신 '선별적 인하·보상' 강화
13번째 제네릭부터 가격 낮춰 과다품목 난립 방지
2036년 건보재정 연간 2조4000원 절감효과

정부가 26일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의 핵심은 단순히 제네릭(복제약) 약값을 깎는 사후 관리에서 벗어나 제약사가 신약 개발과 원료 자급화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6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2026년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6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2026년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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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그동안 해외 주요국과 비교할 때 제네릭 가격이 높고, 이 때문에 국민들의 약품비 부담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상당수 제약사가 제네릭 판매에 안주하면서 의사와 병원 등에 대한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다시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으로 작동한다는 시각이 정부의 이번 방안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제약사가 제네릭 판매 수익을 다시 신약 연구개발(R&D)에 얼마나 많이 투자하느냐에 따라 판매가격에 차등을 두고, 이것이 곧 기업의 수익성으로 직결되게 함으로써 신약 개발을 촉진하고 건보 재정도 절감하겠다는 게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의 취지다.


'혁신형' 넘어 '준혁신형'까지… R&D 비중이 곧 약가경쟁력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혁신형 제약기업' 외에 '준혁신형 제약기업'을 신설했다.

예를 들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높은 A사가 신규 제네릭을 등재할 경우, 일반 기업(약 53.55%)보다 높은 60%의 약가를 보장받는다. 혁신형 기업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시설 투자와 R&D에 힘쓰고 있는 중견 B사가 '준혁신형'으로 지정된다면 50% 수준의 우대 가산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단순 복제약의 판매 수익을 다시 신약 개발에 투자하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다. 기존에는 신약을 개발하든, 제네릭만 팔든 비슷한 약가를 보장받았으나 앞으로는 R&D 투자 비중이 곧 기업의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제네릭 난립 막기 위해 13번째부터 가격 인하

제약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제네릭 난립' 현상을 막기 위한 장치도 강화됐다. 우선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조정한다.


이미 등재된 약제는 등재 시점(2012년)을 기준으로 나눠 조정하되, 업계가 받을 영향을 고려해 약 10년간 연차별·단계적 조정을 하기로 했다. 다만,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약가 산정률을 49%와 47%로 우대해 각 4년과 3년의 특례기간을 준다.


하나의 오리지널 약에 수십 개의 복제약이 출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계단식 인하' 적용은 13번째로 대폭 앞당겨진다. 기존에는 특정 성분의 약이 시장에 출시될 때 20번째 품목까지는 동일한 약가를 보장했으나 앞으로 13번째로 시장에 진입하는 제네릭부터는 이전에 등재된 약보다 낮은 가격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후발 제약사들로서는 시장 진입 의욕이 꺾이게 된다.


정부는 이처럼 등재 시점에 따라 약가 인하를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할 경우 조정 1단계가 끝나는 시점엔 연간 1조1000억원, 2단계 시점엔 1조3000억원의 건보재정 절감 효과가 나타나 11년 뒤에 2조4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R&D 투자 비중 따라 약가 보상 차별화…"'준혁신형' 신설로 제약사 의욕 고취" 원본보기 아이콘

국산 원료 사용 시 10년 이상 약가 우대

국내 제약업계의 원료 국산화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파격적인 혜택도 포함됐다.


앞으로 원료의약품을 국산으로 쓰거나 직접 생산하는 경우 해당 약제의 가격을 오리지널 대비 68%까지 높게 책정하고, 그 혜택을 10년 이상 장기 보장하기로 했다. 가령 수입 원료에 의존하던 고혈압 약을 국산 원료로 대체한다면 제약사는 약가 가산을 통해 원가 상승분을 보전받고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의약품 관세 정책, 중동발 통상 환경 위기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시 의약품 대란을 막기 위해 보건안보 차원에서 고려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약가 유연계약제'로 사후관리…RWE 도입

신약의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약가 유연계약제'은 당초 지난해 11월 발표한 정부 계획안보다 구체화됐다. 표시가격은 높게 유지하되 실제 건보재정 지출은 환급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에 신약을 우선 출시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여기에 실제 임상 데이터(RWE)를 활용한 사후평가 체계를 구축해 일단 약을 빠르게 등재하되 추후 효과가 검증되지 않으면 약가를 조정하거나 환수하는 '선(先) 등재 후(後) 평가' 시스템도 본격 가동한다.


기존 사후관리제도들은 약가 조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서 선별등재 원칙과의 정합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정비한다. 적응증 확대, 투약 조건 완화 등 사용범위 확대는 현행대로 수시 조치하되, '사용량-약가 연동'은 약가 조정 시기를 일치시키고 연 2회로 정례화한다.


R&D 투자 비중 따라 약가 보상 차별화…"'준혁신형' 신설로 제약사 의욕 고취" 원본보기 아이콘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선별등재 이후 약제도 대상으로 포함하되 임상 유용성의 재검토 필요성이 확인된 약제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등 선별등재 원칙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밖에 약가의 예측 가능성은 높이면서 약제비 지출은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성분별로 주기적으로 품목 수, 시장 구조, 주요국 약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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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지난해 11월 제22차 건정심에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한 이후 국회 토론회와 제약협회·환자단체·노동계 간담회, 정책 심포지엄, 전문가 토의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개선 방안을 고도화해 최종안을 마련했다"며 "약가 인하가 완료되는 2036년부터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규모가 한해 약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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