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연구진, 세계 최초로 '물의 비밀' 풀었다…영하 60도서 찾아낸 '임계점'[과학을읽다]
포항공대 연구팀, 세계 첫 액체-액체 임계점 관측
사이언스 게재…수십 년 논쟁에 실험으로 답
인류가 수십 년간 풀지 못했던 '물의 비밀'이 국내 연구진의 10년 집념 끝에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규명됐다. 물의 성질을 설명하는 기존 이론이 수정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경환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스톡홀름대학교와 공동으로 물의 '액체-액체 임계점'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27일(한국시간) 게재됐다.
X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활용해 관측된 액체-액체 임계점이 존재한다는 실험적 증거에 대한 모식도. 임계점 아래에서는 물이 두 상태로 나뉘고, 그 이상에서는 하나로 섞이는 현상이 확인되면서 ‘액체-액체 임계점’ 존재가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김경환 포항공대 교수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물은 4℃에서 가장 무거워졌다가 더 차가워지면 오히려 가벼워지는 등 다른 액체와 다른 특이한 성질을 가진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서로 다른 두 액체 상태가 존재한다'는 가설이 제시됐지만, 극저온에서 물이 급격히 얼어버리는 탓에 수십 년간 실험으로 검증되지 못했다.
연구팀은 영하 70℃에서도 얼지 않는 물을 만들고, 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활용해 분자 구조를 초고속으로 관측하는 방식으로 난제를 돌파했다. 그 결과 영하 60℃ 부근에서 두 액체 상태의 경계가 사라지는 '임계점'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코로나 속 실험 강행…"불가능 영역 뚫었다"
이번 성과는 오랜 학계 논쟁에 실험적 결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의 특이한 성질이 두 액체 상태의 경쟁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에 힘이 실리게 됐다.
연구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극저온 상태의 물은 1만분의 1초 만에 얼어붙어 관측 자체가 어려웠고, 기존 방식으로는 임계점 접근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적외선 레이저를 동시에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한계를 넘어섰다.
특히 10년 가까이 이어진 연구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핵심 실험은 코로나19 기간 진행됐다. 해외 공동연구진이 현장에 오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역 조치 속에서 실험을 강행했고, 결국 성과로 이어졌다.
김경환 교수는 "오랜 기간 이어진 '액체-액체 임계점' 논쟁이 이번 연구로 매듭지어졌다"며 "물의 역할을 이해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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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성과가 기초연구 투자 결실이라는 점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장기간 안정적인 연구 지원이 세계적 성과로 이어진 사례"라며 "연구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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