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옵션 세대
'결혼 옵션 세대'는 지난 반세기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며, 오늘날 젊은 세대가 왜 '커리어는 기본, 결혼은 옵션'이라는 선택에 이르렀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들은 1955년생부터 1996년생까지를 4개 세대로 나눠 인터뷰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력 단절은 줄어든 반면 결혼은 더 이상 당연한 경로가 아니게 됐다고 본다.
이 책은 저출생을 단순한 가치관 변화가 아니라, 부모와 선배 세대의 삶을 본 청년층이 내린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해석한다. 그래서 해법 역시 개인 인식 변화가 아니라,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 구조의 개선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시간' '소득' '함께'를 핵심 조건으로 제시하며, 2030년 전후를 인구 반전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본다. (민세진·신자은 지음|생각의힘)
승자의 저주
'승자의 저주'는 인간이 시장에서 얼마나 자주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를 보여준 행동경제학의 고전이다. 이번 전면개정판에서 리처드 탈러와 알렉스 이마스는 30여 년의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오래된 통찰이 오늘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묻는다. 한때는 실험실의 작은 오류처럼 보였던 판단의 왜곡이 이제는 금융시장과 플랫폼, 투자와 소비의 일상 속에서 더 크고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을 이 책은 차분하게 짚어낸다.
책의 장점은 행동경제학의 개념을 과거의 이론에 머물게 두지 않고, 오늘의 시장 현실과 연결해 보여준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손실에 민감하고, 익숙한 선택에 기대며, 과신과 군집 심리 속에서 쉽게 흔들린다. 시장은 더 정교해졌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간의 판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는 결국 시장을 설명하는 동시에, 그 시장을 움직이는 인간의 약한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리처드 탈러·알렉스 이마스 지음, 임경은 번역|리더스북)
사람을 얻는 힘 인간력
'사람을 얻는 힘: 인간력'은 관계를 기술이나 처세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자체의 깊이와 태도에서 비롯되는 힘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말 한마디에 관계가 흔들리고 연결은 쉬워졌지만 신뢰는 더 어려워진 시대에, 저자 다사카 히로시는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능률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힘이라고 말한다. 혼자 성과를 낼 수는 있어도, 인생의 많은 장면은 결국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문제의식이 책의 바탕에 깔려 있다.
저자는 왜 어떤 사람 곁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고, 어떤 사람은 능력이 있어도 끝내 고립되는지를 묻는다. 그 차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인간력'이다. 이는 타고난 매력이나 사교성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듬는 과정 속에서 길러지는 힘에 가깝다. 이 책은 관계를 잘 맺는 법을 나열하기보다, 신뢰를 쌓는 사람의 내면과 태도를 차분히 짚는다. 개인의 삶은 물론 조직과 공동체를 움직이는 힘 역시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사카 히로시 지음, 장은주 번역|북플레저)
돈의 열두 가지 얼굴
스마트폰 화면 속 숫자는 이제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주가의 오르내림, 계좌 잔액의 변화, 카드값 알림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시대에 돈은 거래의 수단을 넘어 감정과 관계, 삶의 방향까지 건드리는 존재가 됐다.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돈을 얼마나 모으고 어떻게 불릴 것인가보다, 우리가 돈을 어떤 감각으로 받아들이며 무엇에 기대어 돈을 믿는지를 먼저 묻는다. 한국은행에서 오래 일한 경제학자와 금융 실무자, 인문학적 문제의식을 지닌 공학도가 함께 풀어낸 이 질문은, 돈을 종이와 숫자가 아니라 신뢰와 기억, 욕망과 불안이 얽힌 사회적 장치로 다시 보게 만든다.
이 책이 흥미로운 까닭은 어려운 개념을 앞세우지 않고도 돈의 본질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데 있다. '반지의 제왕'의 골룸, '메멘토'의 문신, '베니스의 상인'과 금융위기의 장면들을 가로지르며 돈이 사람을 자유롭게 하면서도 옭아매고, 관계를 이어주면서도 때로는 망가뜨리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결국 남는 질문은 분명하다. 돈이 내 삶을 지키는 울타리인지, 아니면 어느새 삶의 기준이 되어버렸는지.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은 재테크 요령을 알려주기보다, 숫자에 끌려가지 않고 돈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천천히 돌아보게 한다. (류상철, 박종호, 정태관 지음 | 한길사)
다녀왔습니다! : 실리콘밸리, 워싱턴 D.C. 그리고 텍사스
미국 주식 투자자는 많아졌지만, 정작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현지의 공기와 변화의 결을 읽어내기는 여전히 어렵다. 공시와 뉴스는 넘쳐나지만,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산업의 온도와 정책의 방향, 기업 현장의 분위기까지 닿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책은 그 간극에서 출발한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2024년과 2025년 미국 곳곳을 직접 돌며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흐름을 현장감 있게 풀어낸다. 책상 위 자료를 정리한 보고서가 아니라, 현지에서 확인한 변화의 징후를 따라가며 투자 지형을 읽어보려는 기록에 가깝다.
무대는 실리콘밸리, 워싱턴 D.C., 텍사스로 이어진다. 실리콘밸리에서는 AI와 소프트웨어, 자율주행을 둘러싼 기술 경쟁을 들여다보고, 워싱턴 D.C.에서는 트럼프 2기 아래에서 재편되는 대중 전략과 정책 흐름이 산업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 짚는다. 텍사스에서는 우주항공과 로봇공학 같은 미래 산업의 움직임을 살핀다. 미국 주식이 왜 중요한지 되풀이해 설명하기보다, 지금 미국에서 무엇이 실제로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쪽에 더 가까운 책이다. 막 투자를 시작한 독자에게는 흐름을 읽는 눈을, 이미 시장을 지켜보는 독자에게는 숫자 바깥의 단서를 건네는 안내서가 될 만하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 지음 | 비즈니스북스)
산다는 슬픔
박경리는 한국문학사에서 거대한 서사를 세운 작가로 기억되지만, 이번에 묶인 '산다는 슬픔'은 그 이름 뒤에 있던 한 인간의 더 가까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처음 공개되는 미공개 유고 시 47편에는 시대와 역사, 가족과 상실, 자연과 생명을 바라보는 박경리의 시선이 한층 낮고 깊은 톤으로 스며 있다. 삶을 정리하듯 적어 내려간 문장도 있고, 원주에서의 일상 속 무료함과 고요, 스쳐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늦은 회한도 있다. 대하소설 '토지'를 밀어 올린 작가적 에너지가 이 시편들 안에서는 더 압축되고 맨몸에 가까운 언어로 모습을 드러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30% 추가 하락 경고…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실 ...
무엇보다 눈에 남는 것은 꾸밈없는 말의 결이다. 박경리 특유의 향토어와 구어체, 숨을 고르듯 이어지는 리듬은 삶의 고통과 쓸쓸함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남게 한다. '혼자 밥 먹기' 같은 시에서는 늙음과 고독이 사무치게 배어나오고, '고향 항구'나 '문학'에서는 사라져가는 풍경과 인간의 생이 함께 흔들린다. 일부 육필 원고까지 함께 실려 있어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의 숨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뜻깊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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