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상황]자산 다 팔아도 빚 못갚는 고위험가구 45만 넘어…청년·지방 양극화 심화
고위험가구 금융부채 96.1조…1년새 24조 늘어
소득·자산 낮은 청년층 부채차입 확대…비중 35% 육박
비수도권 고위험가구 채무상환능력 저하
수도권 DTA 하락할 동안 지방 133.7%로 반등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고위험가구가 지난해 4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채는 96조1000억원으로 1년 새 24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청년층 비중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고 있어, 이들의 부실 위험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험가구 부채 100조 육박…청년층 비중 확대, 지방 부실 '뇌관'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우리나라의 고위험가구는 45만9000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18.9% 증가했다. 전체 대출자에서 고위험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2%에서 4.0%로 상승했다.
고위험가구는 총부채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버는 돈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털어내지 못하는 불안한 대출자라는 의미다. 금리가 오르거나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3월 기준 96조1000억원으로, 1년 전(72조2000억원)에 비해 큰 폭 증가했다. 전체 금융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에서 6.3%로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수도권 주택가격과 주식가격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금리가 내려가는 등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상황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기준 고위험가구 비중은 3.6%, 금융부채는 5.9%로 추정했다.
하지만 소득과 자산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층 비중이 확대되고, 비수도권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된 것은 부실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위험가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본 결과 20~30대 청년층 비중은 34.9%로 2020년(22.6%) 대비 12.3%포인트 증가했다. 40~50대 중년층 비중이 53.9%로 여전히 절반을 상회하지만, 같은 기간 5.9%포인트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청년층 가구가 주택 구입, 주식투자 등을 위해 부채차입에 나서면서 증가 폭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소득분위별로는 저소득, 지역별로는 지방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악화됐다. 고위험가구 내 소득상위 20%인 고소득 가구와 소득하위 20%인 저소득 가구의 평균 순자산 차이는 1억4000만원으로 2020년(4000만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가계 자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가격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해당 지역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능력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고위험가구의 경우 DTA가 2024년 이후 점진적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 127.7%까지 낮아진 반면, 지방은 지난해 3월 132.9%에서 지난해 말 133.7%로 반등했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위험가구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지방 주택시장의 회복세 지연과 금융자산 가격의 조정 등이 동반될 경우 부채증가가 컸던 고위험가구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신용 증가세 완화에도…취약 차주는 늘었다
가계의 금융안정 상황 전반을 살펴보면, 가계신용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득 측면에서의 채무상환 부담도 소폭 완화됐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은 1978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기준 증가율은 2분기 1.3%까지 올랐지만 3분기 0.8%, 4분기 0.7%로 둔화 추세다. 신용대출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이 늘었지만 10·15 가계대책 등의 영향으로 주택 관련 대출 증가 폭이 축소된 영향이라고 한은은 짚었다. 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도 139.8%로, 처분가능 소득의 증가세가 확대되며 전분기(140.9%) 대비 소폭 하락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기준 0.93%로 전분기(1%) 보다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은행은 0.39%에서 0.38%로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했고, 비은행은 2.31%에서 2.09%로 연말 부실채권 정리 영향에 따라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차주인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해 3분기까지 감소하다가 연말 소폭 늘며 6.7%로 집계됐다. 잠재 취약차주 비중도 18%까지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신용회복 지원 정책 등 영향으로 감소했지만 연말 기존 차주의 연체가 늘면서 전체 비중도 확대된 결과"라며 "신용회복자가 다시 저신용자로 간 것은 아닌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금리인하와 정부 지원·서비스업 업황 회복 등이 맞물리며 연체율도 소폭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차주수는 321만1000명으로 전년 말 대비 3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모는 1092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9조1000억원 늘었으나, 증가율은 1%에서 0.8%로 둔화했다. 취약 자영업자 차주는 지난해 말 기준 40만4000명으로, 전년 말 대비 1만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1.86%로 전분기(1.93%) 대비 하락했다. 취약 차주 연체율도 같은 기간 12.42%에서 12.14%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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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장기 평균(1.58%)을 상회하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이어가면서도 회생 가능성이 낮은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폐업지원 등 구조조정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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