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SSM 심야제한 영업규제 일부 완화
與 발의 유통법 개정안 두고 당내 반발 기류
소상공인 "생존권 위협" 주장에 표류
장보기 대세는 온라인…소비자 편의 우선해야

정치권에서 불을 붙인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새벽배송 허용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통시장과 영세상인 등을 대변하는 소상공인 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서다. "자본력과 물류망을 독점한 대형마트와 SSM에 새벽배송을 열어주면 이들 판매채널의 영향력이 커지고 골목상권을 무너뜨려 생존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이 이들 소상공인의 주장이다.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에 새벽배송을 허용하겠다는 구상은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5명이 지난달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출발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주문과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어, 대형마트 등의 온라인 영업 규제를 해도 중소유통 보호라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정·청이 곧바로 실무 협의를 열고 이 안건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는 듯했으나 여당 내에서도 지도부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중지란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초동시각]정쟁에 갇힌 새벽배송
AD
원본보기 아이콘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명시한 영업규제는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을 물고 물리는 대척점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범위에서 심야영업을 제한하거나 월 2회 의무휴업 지정, 전통시장·전통상점과 반경 1㎞ 내 대형 점포의 출점을 제한한 것도 모두 대형 자본으로부터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명분이었다.


이를 도입한 10여년 전에는 이 같은 규제가 안전장치로 작동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벌이 등으로 장보기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품목을 주문해 집 앞에서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구매를 선호한다. 발품을 들이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상품 가격을 비교하고, 대형마트나 전통시장보다 저렴한 상품을 찾아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년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구입한 소비자 비중은 2023년 35.2%에서 이듬해 31.5%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SSM도 15.7%에서 13.2%로 떨어졌다. 그 사이 온라인 쇼핑몰 비중은 4.1%에서 9.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규제를 받지 않는 식자재마트나 동네 슈퍼는 비중이 31.7%에서 33.5%로 늘었고, 전통시장도 10.7%에서 10.9%로 소폭 상승했다. 대형마트나 SSM을 규제하더라도 소상공인보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소비자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소비자 구매 패턴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변화를 뒤로 하고 대형마트나 SSM이 골목상권을 침범한다는 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형마트가 보유한 바잉파워와 물류망을 기반으로 농산물을 대량으로 수급해 산지 생산자와 협업하고, 소비자 가격은 낮추는 사례처럼 소상공인과 동반으로 온라인 영역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을 위해 정부가 장려하는 온라인 도매시장에 규모나 정보력 부족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영세 생산자나 소상인의 유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인프라나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 편의를 논의의 중심에 둬야 한다.

AD

대형 판매채널이 아니어도 값싸고 편리하게 상품을 구매할 대안이 얼마든지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만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김흥순 유통경제부 차장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