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새끼' 키우는 패션회사…마진은 높지만 성공은 '글쎄'
국내 패션 대기업, 자체 브랜드 중심 개편
리브랜딩·글로벌 확장 속 성과는 불확실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일제히 '자체 브랜드'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소비 둔화와 유통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그동안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유통하는 모델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지,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삼성물산 close 증권정보 028260 KOSPI 현재가 263,000 전일대비 1,000 등락률 -0.38% 거래량 259,592 전일가 264,000 2026.04.03 15:30 기준 관련기사 에버랜드, 새로운 '사파리월드' 1일 오픈…동물복지·몰입감 강화 [특징주]종전 기대감에 건설주 급등...대우건설 17%↑ "공공으론 6만가구뿐…민간 90% 멈추면 서울 주택난 못 푼다"[부동산AtoZ] 패션부문, LF LF close 증권정보 093050 KOSPI 현재가 24,400 전일대비 950 등락률 -3.75% 거래량 36,398 전일가 25,350 2026.04.03 15:30 기준 관련기사 LF 헤지스 '헤지스 블루' 론칭…'데님' 핵심 카테고리로 외국인 숏폼 스팟 헤지스 '스페이스H'…'보라빛 명동' 합류 [오늘의신상]MZ세대 겨냥 럭셔리 패션 '레오나드 31' ,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 close 증권정보 031430 KOSPI 현재가 11,890 전일대비 100 등락률 +0.85% 거래량 21,299 전일가 11,790 2026.04.03 15:30 기준 관련기사 "왜 장사가 잘 되는데~" 의류 소비 증가에 웃는 패션株[주末머니] 비디비치, 日 공략 본격화…도쿄에 첫 공식 팝업스토어 브루넬로 쿠치넬리, 청담서 2026 SS 공개…브랜드 철학 집약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자사 브랜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LF는 최근 컨템포러리 남성복 브랜드 '알레그리'를 여성복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가을겨울(FW) 시즌 여성 어패럴을 테스트 형태로 선보인 이후 올 봄여름(SS) 시즌 여성 라인을 공식 론칭한 것이다. 'TNGT' 역시 남성 중심 브랜드에서 유니섹스 브랜드로 전환했으며, '닥스'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오리지널 라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헤지스'는 중국 상하이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해외 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준지', '구호', '에잇세컨즈' 등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준지는 파리 패션위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 중이며, 특히 에잇세컨즈는 기존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K-캐주얼 브랜드로 이미지로 탈바꿈을 시도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자체 브랜드 리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보브'는 올해 론칭 29주년을 맞아 기존 대중적인 캐주얼 이미지에서 3040 커리어우먼을 겨냥한 '고감도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체질 개선 중이며 '스튜디오 톰보이', '지컷', '맨온더분' 등 브랜드도 브랜드 콘셉트를 재정비하고 있다.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앞다퉈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기존 유통 중심 모델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방식은 높은 로열티와 유통 수수료 부담이 크고, 가격 결정권도 제한적이다. 반면 자체 브랜드는 마진 구조를 직접 통제할 수 있고, 브랜드 가치 축적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다만, 자체 브랜드 전략 역시 만만치 않은 리스크를 수반한다. 패션 브랜드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기 어렵고, 마케팅과 콘텐츠 투자 부담이 크다.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할 경우 손실이 그대로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보다 마진 구조가 나은 것은 맞지만, 자체 브랜드는 성공 확률이 낮고 투자 회수 기간도 길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들이 선택한 자체 브랜드 전략이 신규 론칭보다는 기존 브랜드 재해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작업은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기존 이미지와 새로운 콘셉트 간 괴리가 발생할 경우 오히려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인지도는 있지만 '지금 사고 싶은 브랜드'는 아닌 경우가 많다"며 "결국 리브랜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시장 환경 자체도 녹록지 않다. 국내외 패션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 SPA,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경쟁이 포화된 상태다. 신규 브랜드가 소비자 인지도를 확보하고 일정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크게 늘었다. 특히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소비가 검증된 브랜드 중심으로 쏠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MZ세대 역시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하기보다 기존 브랜드의 협업 제품이나 한정판 상품에 소비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돌파구로 기대를 거는 글로벌 시장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 중국은 로컬 브랜드 경쟁이 심화됐고, 동남아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다. K패션 브랜드가 K콘텐츠만큼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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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상품 기획과 유통 역량에는 강점을 보여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스토리텔링과 문화적 확장성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향후 3~5년은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가 될 것이고, 일부 핵심 브랜드를 제외하면 포트폴리오 축소나 구조조정 압박도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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