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부는 잡고, 빚 독촉은 못 막나"…법무부 난색에 '반쪽 민생 특사경' 우려
금감원 민생 특사경 수사 범위 놓고 금융위·법무부 이견
금융당국 "불법 추심까지 확대 필요"…법무부는 부정적
금감원, 검찰·경찰 등 외부 수사 인력 확보 검토
금융감독원에 신설되는 불법 사금융 수사 전담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업무 범위를 두고 정부 부처 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불법 대부뿐 아니라 불법 채권추심 단속까지 업무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무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민생 특사경 출범 전부터 '반쪽 특사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열린 초국가범죄 범죄자금 반출입·자금세탁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3.17 윤동주 기자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은 민생 특사경 설치를 두고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수사 범위를 둘러싼 입장 차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 민생 특사경의 업무 범위를 불법 사금융으로 설정하고 인지수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관건은 불법 사금융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미등록 대부업·고금리 사채와 같은 불법 대부 행위가 사실상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동반하는 만큼, 특사경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대부업법뿐 아니라 채권추심업법까지 업무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피해도 대출보다 추심 과정에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대부도 문제지만 이후 추심 과정에서 이뤄지는 폭행·협박·스토킹 등 피해가 더 심각하다"며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수사 권한이 부여돼야 핵심 피해를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법무부는 금감원 민생 특사경의 업무 범위를 채권추심업법까지 확대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경기·울산 등 지방자치단체의 민생 특사경에도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수사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채권추심 과정에서 추심업자가 형법상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특사경이 이를 단속할 수 없고 별도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도 법무부가 확대에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 이후의 불법 추심 행위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면 반쪽 조직에 그칠 것"이라며 "특사경은 법에서 명시한 수사 범위 내에서만 업무 수행이 가능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권한을 쥔 법무부가 논의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민생범죄 대응을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금감원 특사경 확대가 추진되고 있지만, 수사 범위가 제한될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법무부 관계자는 "금융위, 금감원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민생 특사경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부처 간 협의, 국회 논의를 거쳐 업무 범위를 확정한 뒤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해야 한다. 조직과 인력 구성도 과제다.
금감원은 협의와 별개로 내부적으로 민생 특사경 조직 구성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업무 범위 설정에 따라 조직 규모와 구조가 달라져 세부 설계는 유동적이지만, 현장 수사가 중심이 되는 특성상 외부 수사 인력 확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1만7000건에 달한다. 모든 피해 사례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이 같은 수요를 고려하면 새로 출범할 민생 특사경은 10명 미만의 지자체 조직보다 훨씬 큰 규모로 꾸려질 전망이다. 현재 금감원이 운영 중인 자본시장 특사경 인력은 약 40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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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수사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인력이 부족한 만큼 외부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경찰·검찰 인력 파견은 물론 검경 수사 경험자 채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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