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들어가는 것이 원칙…때밀이 안 돼요
냉·온탕 반복하면 최적의 상태…韓이랑 똑같네

목욕탕 좋아하시나요? 어르신들 목욕탕 정기권 끊고 다니시는 것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목욕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일본도 목욕에는 진심입니다. 일본인은 거의 매일 목욕을 하지요. 다만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목욕 문화가 있는데요. 오늘은 이런 문화에 주목해봤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코우펜짱'에 등장하는 목욕 장면. TV아사히.

일본 애니메이션 '코우펜짱'에 등장하는 목욕 장면. TV아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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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시작된 목욕문화…자연환경도 한몫

일본은 화산섬입니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온천이 워낙 많습니다. 7세기 무렵부터 질병 치료를 위해 온천에 몸을 담그거나 증기를 쐬는 요법이 성행했다고 해요. 여기에 불교문화가 결합하는데요. 원래 승려들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로 불상을 씻기고 본인들도 목욕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승려들이 이 공간을 개방해 신자들을 위한 목욕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포교를 위한 목적도 있었고요. 여하튼 절에서 운영하는 공공서비스와 비슷한 느낌으로 목욕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사람이 많아지니 그 숫자를 절에서 감당할 수 없게 됐죠. 그래서 따로 별도의 목욕탕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것이 현대의 공중목욕탕의 시초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불교와 연이 있는 온천이 많습니다. 시즈오카현의 슈젠지 온천이 대표적입니다.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로 불리는 고보대사가 강에서 병든 아버지를 씻기는 소년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위를 부숴 온천을 솟아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목욕보다는 입욕의 개념…물 절약도 해요

온천이야 그렇다 쳐도, 일본 가정집의 목욕 문화는 한국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기 좀 어렵습니다. '물 하나로 삼대가 목욕을 한다던데 진짜냐' 등의 이야기가 많죠. 하지만 일본에서의 목욕은 씻는다기 보다는 입욕의 개념이 강합니다. 몸을 담그고 데우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다 씻은 다음에 욕조에 들어가 15분 정도 있다가 나오는 것인데요.

실제로 가정집에는 목욕물을 받아두고 몸을 담갔다가 나중에 다시 데워 쓰기도 합니다. 일본 욕조는 수도꼭지가 없고 목욕물을 받고 데우는 급탕기 패널이 설치돼 있습니다. 리모컨처럼 사용해 물을 받고 데우고 수온을 조절하죠. 이 패널에 목욕물을 데우는 '오이다키' 버튼이 내장돼 있습니다. 전날 목욕하고 식은 목욕물을 다시 데워 쓰는 기능입니다. 급탕기가 물을 빨아들여 다시 데우고 이를 욕조로 흘려보내게 됩니다.

일본 욕조에 설치돼있는 급탕기 패널. 목욕물을 받고 데우는 기능까지 쓸 수 있다. 전진영 기자.

일본 욕조에 설치돼있는 급탕기 패널. 목욕물을 받고 데우는 기능까지 쓸 수 있다. 전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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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목욕물 다시 쓰기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가 나오기에,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일본 마트에서는 목욕물 정화제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매일 목욕물을 받고 쓰다 보니 물 낭비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저도 일본에 와서 목욕물을 여러 방면으로 재활용하는 집이 많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목욕물로 세탁하는 집도 있습니다. 세탁기와 욕조를 연결하는 호스를 따로 파는데, 이것을 연결하면 통돌이 세탁기가 욕조에 담긴 물을 빨아들여 세탁에 쓰는 것이죠. 헹굼만 수돗물로 하고요.

때 밀기 NO…작은 수건 가져가고 머리에 올려두세요

'탕은 씻는 곳이 아니라 몸을 잠시 담그는 곳', 이 개념을 이해하면 일본 목욕탕 가기도 쉬워집니다. 보통 온천이 딸린 호텔에서는 큰 수건과 작은 수건을 주는데, 큰 수건은 탈의실에 두시고 작은 수건은 목욕탕에 들고 들어가셔도 됩니다. 탕에 들어갈 때는 가지고 온 수건은 찬물을 적셔 짜서 머리에 올려두면 됩니다. 애니메이션 '짱구'에서 짱구 아버지나 짱구나 목욕할 때 머리에 수건을 얹어두고 있잖아요? 어디 놔두기 곤란한 수건을 머리 위에 얹는 개념도 있고, 찬물에 적셔 머리에 온도 차이를 주면 목욕으로 생기는 어지러움을 방지할 수 있다고도 해요.

애니메이션 '크레용 신짱'에 등장하는 공중 목욕탕 장면. 모두 수건을 머리에 올려두고 있다. TV아사히.

애니메이션 '크레용 신짱'에 등장하는 공중 목욕탕 장면. 모두 수건을 머리에 올려두고 있다. TV아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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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다른 문화가 있다면 아마 때밀이일 것 같은데요. '탕에 들어갔다 나오면 때는 어떡하나'는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죠. 사실 일본에서 우리나라처럼 때를 민다는 개념은 없고요, 각질제거제로 밀어서 각질을 제거하는 정도에서 끝냅니다. 그리고 탕에서 나와서 다시 샤워하고 때를 밀면 좋은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지 않고 다 씻겨나간다고 해요. 이 때문에 탕 밖으로 나와서는 수건으로 가볍게 닦고, 목욕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아직 심리적 장벽이 있어서 다시 샤워하고 나가고 있습니다만….

냉·온 반복은 한일공통…러너스 하이 대신 사우나 하이

우리나라 목욕탕에서도 온탕에서 몸을 데우고 냉탕에 들어가는 것을 반복하는 분들 많죠. 사우나 후에 몸이 식으며 느껴지는 상쾌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데요. 일본도 몸을 데웠다가 식히는 것을 반복하면서 몸을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것을 최고로 칩니다. 이를 '토토노우(ととのう)'라고 부르는데요. 한자로 정돈한다는 뜻입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안정된 상태가 바로 토토노우인데요. 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샤워 후 사우나에서 5~10분 몸을 데우고, 미지근한 물로 땀을 씻어내고 냉탕에 30초~1분 정도 들어갑니다.


이후에는 외기욕을 5~10분 정도 합니다. 일본에는 사우나가 있는 곳 옥상 등 야외에 몸을 누일 수 있는 의자를 배치해두고 있어요. 누워서 바깥 바람을 쐬는 외기욕을 위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심신이 정돈된 '토토노우' 상태가 됩니다. 일본에서는 다른 말로 '사우나 하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달리다 힘든 순간을 지나 어느 순간 정신이 맑아지는 '러너스 하이'처럼 상쾌하고 맑은 순간을 일컫습니다. 온탕 냉탕 반복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한 것 같죠.

목욕에 쓸 에너지도 없어요…MZ사이에서 퍼진 '목욕 취소'

일본에서는 목욕과 관련한 재미있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목욕 취소(후로캰)'이라는 단어인데요. '목욕(후로)'과 '캔슬(캰세루)'두 단어를 합쳐서 목욕을 취소한다는 의미로 씁니다. 사실 목욕을 위해 샤워하고 물을 받고 목욕 끝나고 물 빼고 욕조 청소하고 하는 일이 상당히 귀찮을법한데요.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목욕인데 오히려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더 스트레스가 된다는 겁니다.

후로캰을 설명하는 일러스트. 이라스토야.

후로캰을 설명하는 일러스트. 이라스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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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네티즌이 드라이 샴푸를 소개하며 솔직히 매일 목욕하기 너무 귀찮고, 목욕 안 해도 이런 것들이 나와 있어 편하다고 올렸는데요. 이 게시물이 갑자기 공감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너도 나도 '목욕 취소'라는 세계관에 동참하게 된 것인데요. 매일 목욕 안 하면 이상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깨고 솔직하게 '나도 귀찮아서 안 씻었다'라는 말을 하는 것에 쾌감을 느꼈다는 겁니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의 애환과 우울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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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하나에 정말 많은 이야기와 문화가 담겨있는데요. 한 주의 시작을 앞두고 목욕재계 해봅시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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