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가격 두 배 급등에 하반기 요금 인상 압박
중동 전쟁으로 인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카타르가 25일 한국 등과 맺은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에너지 수급과 관련 산업에도 적지 않는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시장에서 LNG 현물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해 전기·가스 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반도체 핵심소재인 헬륨도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중동전쟁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실제 선언 여부와 범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시나리오다. 3월 초에도 4월까지 적용 가능성이 언급된 만큼,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다만 "현재 구매자 중심의 시장이 판매자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가격이 요동칠 것 같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 "도시가스를 통해 공급하는 난방요금에 영향을 바로 미칠 수 있어 하반기 이후 영향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4600만~4700만t 규모의 LNG를 수입 중이며, 이 가운데 카타르 도입물량은 14% 수준인 600만t 정도다. 카타르는 올해 말 장기계약이 종료되는 만큼 내년에는 약 8%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장기계약 기준으로 중동 공급선은 사실상 카타르가 유일하며, 오만 등 일부 중동 국가와의 계약은 이미 종료된 상태다.
문제는 가격이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지 20일이 지난 시점에서 원유 가격은 배럴당 70.5달러에서 166.8달러로, LNG 현물 가격은 단위당 10.4달러에서 25.4달러로 폭증했다. 유가 상승은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뒤에 요금에 영향을 미쳐 하반기 이후 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석유 가격이 오르면 연동해서 LNG 가격 인상 여지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LNG 수입이 다변화돼 있고 전체 수급 물량은 11월까지 총량이 확보돼 있다"면서 "LNG 수입을 다변화하고 내부적으로 LNG 총량을 줄이면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비상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줄이고 한전 적자 부담이 늘지 않게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물인 헬륨의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카타르는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대형 헬륨 정제설비를 통해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월 520만㎥의 헬륨을 생산해 왔다. 이란의 드론 및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LNG 출하에 불가항력이 선언되면서 헬륨 생산 역시 전면 중단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차질까지 겹치면서 헬륨 현물 가격은 불과 2주 만에 70~100% 급등했다. 헬륨은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 냉각, 화학기상증착(CVD) 캐리어 가스, 진공 누설 검사,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광학계 냉각 등에 쓰이는 핵심 공정가스다. 한국은 2025년 기준 헬륨 수입량의 약 6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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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자체재고 비축, 헬륨 재사용 시스템 도입, 3월 중순까지의 국내 헬륨 수입데이터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실질적 쇼크는 감지되지 않고 단기적으로 심각한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헬륨 가격 인상은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이 같은 판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면서 산업가스 업체들의 실적과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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