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사멸까지 조멸" 생명연, 'SREBP-2' 기능 규명
콜레스테롤 조절 단백질인 'SREBP-2'가 세포 사멸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험 상황에 놓인 세포는 스스로 사멸을 선택해 인체를 보호한다. 세포 사멸은 감염 또는 손상된 세포가 주변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게 하는 일종의 '생명 방어 전략'이다. 하지만 세포가 언제, 어떤 신호를 받아 사멸하는지 그리고 인체의 물질 균형을 조절하는 단백질이 세포 사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그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SREBP-2의 새로운 기능은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영역을 이해하는 데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노화융합연구단 서영교 박사 연구팀이 단백질 SREBP-2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평소와 달리 세포를 죽게 만드는 신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SREBP-2는 본래 세포 안에서 콜레스테롤 형성을 돕는 유전자 조절 단백질로 알려졌다. 다만 그간의 연구는 주로 단백질의 앞부분(N-말단)에만 집중됐다. 콜레스테롤 형성을 돕는 역할도 기존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다.
이와 달리 연구팀은 단백질의 뒷부분(C-말단)에 주목했다. 이 결과 세포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이면 C-말단 조각이 떨어져 나와 세포 밖으로 분비되고, 주변 세포에 사멸을 유도하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 패혈증에 걸린 마우스 모델로 동물 실험을 진행했을 때 병이 심해질수록 폐, 간, 신장 등 주요 장기에서 C-말단 조각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정상적인 방어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세포 사멸이 오히려 폐와 간 등 주요 장기 손상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C-말단 조각이 실제로 세포를 사멸시키는 구체적인 과정도 확인했다. C-말단 조각이 세포 안에서 염증과 세포 사멸을 조절하는 단백질 'IRAK1'과 결합해 세포가 스스로 사멸하도록 유도하는 신호를 활성화하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특히 IRAK1의 작용을 억제했을 때는 사멸 직전의 세포가 되살아나는 현상이 나타나 C-말단 조각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핵심 신호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그간 콜레스테롤 조절 기능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SREBP-2 단백질의 조각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새로운 신호로 작용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세포 내부 단백질의 일부가 세포 밖으로 분비돼 다른 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패혈증·염증·바이러스 감염 등 다양한 질환에서 세포 사멸과 면역 반응을 이해하고, 치료 표적 발굴 및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일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서 박사는 "이번 연구는 콜레스테롤 대사를 조절하는 단백질이 체내 에너지대사 조절은 물론 세포의 생존과 죽음을 결정하는 신호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케 한다"며 "연구팀은 앞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해 감염·염증 질환에서 SREBP-2 단백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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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생명연 주요 사업, 과기정통부 개인 기초사업 및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지난 18일 기초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 Targeted Therap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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