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냉장고 만들 플라스틱 재고 2주치"…가전업계 부품 수급 '비상'
호르무즈 해협 마비로 나프타 공급 감소
가전 플라스틱 수급 차질, 단기 재고 활용
장기화시 수급 차질, 공급망 다각화 검토
중동 정세 불안으로 가전제품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가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확보된 부품 재고가 2~3주 분량에 불과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세탁기와 냉장고 등 주요 가전 생산 라인이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플라스틱 기초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급격히 줄었다. 나프타는 가전제품 내·외장재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과 ABS 등 합성수지의 필수 원료다. 특히 PP는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의 외장과 내부 구조 부품에, ABS는 TV·모니터·노트북 등 프레임에 주로 적용된다.
가전업계는 현재 비축된 완제품과 수 주 분량의 부품 재고로 버티고 있으나 원료 공급사인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들로부터 이미 가격 인상을 통보받는 등 원가 압박이 현실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가전업계의 부품 재고가 통상 2~3주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중동상황 대응본부'를 통해 수급 상황을 집중 모니터링 중이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전날 '중동상황 대응본부' 일일브리핑에서 "관련 가전업계가 통상 2~3주가량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산업 필수 소재를 중심으로 집중 모니터링하며 업계와 소통해 수급 애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가전업체들은 6~8주 수준의 안전 재고를 최대한 활용하며 버티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나프타 가격이 최근 한 달 사이 50% 급등해 t당 875달러까지 치솟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입선 다변화도 쉽지 않아 생산 조정 등 컨틴전시 플랜 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A 가전업체 관계자는 "이미 만들어 놓은 완제품과 안전 재고를 활용해 당분간은 버틸 수 있다"며 "제품과 지역별로 부품 재고 기간이 6주에서 8주 수준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B 가전업체 관계자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고객사에는 부품 공급사들이 우선적으로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큰 수급 문제는 없지만 상황 변화를 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TV, 휴대폰 등 OLED용 패널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부품도 향후 수급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합성수지로 만든 여러 부품이 패널 제조 공정에도 쓰이기 때문에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비상 대응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부담은 불가피하다. 유류 관련 정보업체 '스파르타 커모디티스'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나프타 사용량의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페르시아만에서 들어오는 물량의 비중이 한국은 약 60%에 이른다.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업계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러시아 등으로 수입선을 다각화해왔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제재로 해당 공급망 역시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가전업계의 경우 전 세계에 포진된 해외 공급망을 활용해 부품 수입원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B 업체 관계자는 "그간 쌓아온 구매력을 활용해 협력업체를 통한 부품 수입원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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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가전은 플라스틱·합성수지·알루미늄·구리 등 원재료 비중이 높아 석유화학·비철금속 공급차질이 곧바로 생산과 원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여기에 운임상승, 부품조달 지연,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 원가와 수요 양측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관련 업계에는 "단기적으로는 대체 공급처 확보와 우회조달을 확대하고, 수익성이 낮은 모델의 생산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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