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 4개사 지난해 27만건 사용
포상·손실보전 제도로 장려
DL 10만건 쓸 때 중견·중소사 280건 그쳐
"비용부담 한계" 호소…공기지연, 원청사 부담

지난해 주요 4개 건설사의 작업중지권 사용 건수가 27만건을 넘어섰다. 정부의 중대재해 예방 기조에 발맞춰 대형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 중지권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다만 작업 중단에 따른 비용 부담을 원청사가 떠안는 구조다 보니 중소·중견 건설업체까지 중지권 사용이 확산되려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 등 주요 4개 건설사의 지난해 작업중지권을 사용한 건수는 27만3240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23만8105에 비해 2년 사이 약 14%(3만5135건)가 늘었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권리다.

정부는 작업중지권 장려하는데…건설업계 “비용 부담은 원청 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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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협력업체 손실보전…사내 인센티브 제도 도입

대형 건설사들은 신고 시스템 구축과 인센티브 지급을 통해 근로자의 중지권 사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6만7582건의 중지권이 사용돼, 업계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 3년간 누적 사용 건수는 63만건을 넘어섰다. DL이앤씨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누적 10만3431건을 기록했으며 현대건설은 2023년 1만8337건이었던 사용 건수가 지난해 4만6500건으로 대폭 늘었다. GS건설은 지난 3년간 누적 기준 1만589건의 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사용됐다. 근로자에게 중지권 사용 시 포상을 부여하거나 일부 기업은 협력업체에 공사 지연과 인력 투입으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를 운영한 영향이 컸다.

정부는 작업중지권 장려하는데…건설업계 “비용 부담은 원청 독박” 원본보기 아이콘

대형 건설사들이 작업중지권 사용을 장려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안전관리 강화 기조가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중지권 사용을 장려한 4개사(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에 감사패를 전달하며 성과를 호평하기도 했다. 여권은 중지권 사용 주체를 확대하고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내리는 사업주에게 처벌 조항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산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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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의존도 높은 중소·중견기업…손실 부담 독박

대형 건설사 위주로 작업중지권이 사용되고 있지만 건설현장 전반으로 확산하진 않고 있다. 작업 중단에 따른 공기 지연과 추가 공사비 부담을 원청사가 떠안아야 하는 만큼 중소·중견 건설사가 이를 활용하는 건 쉽지 않다. 토목이나 소규모 정비사업 비중이 높아 공사 현장의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건설사의 경우 지난해와 2024년에 사용된 작업중지권 횟수가 각각 245건과 280건에 그쳤다. 다른 중견 건설사 또한 3년간 누적 사용 건수가 500여건에 불과했다.

중견 건설사 소속 안전관리자는 "공사 지연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 품질 저하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작업중지권 사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공사업 의존도가 높은 구조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중소·중견 건설사는 수주의 상당 부분을 관급 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발주처인 관에 손실 부담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작업중지권 행사에 따른 비용 부담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공기 지연 책임이 있는 측이 손해를 부담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공사의 지연 책임은 대개 시공사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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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작업중지권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선 비용 분담에 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발주 사업의 경우 중지권 장려에 따른 인센티브나 원청과 발주처 간의 비용 보전 기준을 명확히 명시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공정 지연 책임이나 비용 부담 우려가 해소돼야만 현장에서 적극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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