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 지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발목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제 지적

[초동시각]대주주 지분제한 덫에 걸린 디지털자산기본법
AD
원본보기 아이콘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이 감감무소식이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가 올해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5일 예정됐던 당정협의회가 중동 정세로 인해 미뤄졌고 19일에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달 발의조치 쉽지 않은 상황으로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연내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기한없이 미뤄진 표면적인 이유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지만 더 직접적인 이유로는 가상화폐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꼽힌다. 지난해말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보고 자료에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안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대주주 지분 제한 이슈가 급부상했다. 금융위는 보고서에서 국내 주요 가상화폐거래소의 운용 수익이 특정 개인(소수의 창업자와 주주)에게 집중되는 소유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수준에 준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당국은 이를 강행했고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와 금융위는 대주주 지분 제한 상한을 20%로 두는 대신 시행령을 통해 금융위가 정하는 예외에 따라 34%까지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제한 시행 유예기간은 법 시행 후 3년으로 정해졌으며 여기에 일정 시장점유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거래소는 추가로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는다. 정부안대로 지분 제한이 시행될 경우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모두 영향권에 들어가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국의 대주주 지분 제한 방안은 누구도 납득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업계와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규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적법하게 취득한 지분을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재산권 침해는 물론 기업활동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관련해 재산권, 직업·기업활동의 자유, 소급입법 차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식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해당하고 보유 및 처분의 자유 역시 보장받아야 하는데 대주주 지분 제한과 인가 취소를 연계하면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당국의 통제를 위한 규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갑자기 튀어나온 대주주 지분 제한에 매몰돼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표류하게 됐다는 점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디지털자산 발행·유통·공시·상장 등을 포괄하는 종합 법안으로, 업계에서는 그동안 관련 법안이 마련돼 합법적인 틀 안에서 산업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기를 학수고대해왔다. 그동안 디지털자산 업계는 규제가 없어서 자유로운 게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AD

디지털자산 산업에서 이미 우리는 많이 뒤처진 상태다. 무리한 지분 제한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한국만 동떨어진 갈라파고스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송화정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pancak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