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93% 이미 내수"…정부 수출제한 카드 효과 '미미'
나프타 수출 비중 7%에 불과
활용도 낮은 중질나프타가 대부분
NCC공정 핵심원료 경질나프타
정부 조치로는 물량 확보 한계
중동 리스크 확산으로 나프타(납사) 수급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수출 제한과 물량 전환 카드를 꺼냈지만, 업계에서는 수출 물량 자체가 적어 수급 문제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거란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2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나프타 총 유통 물량은 약 55만828배럴 수준으로, 이 가운데 약 51만484배럴(93%)이 내수로 공급됐고 수출은 4만344배럴(7%)에 그쳤다.
나프타는 국내에서 널리 사용하는 경질나프타와 사용 빈도가 낮은 중질나프타로 나뉘는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이미 경질나프타의 대부분을 이미 내수용으로 공급해왔으며, 수출은 주로 중질나프타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질나프타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을 위한 NCC 공정의 핵심 원료로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반면, 중질나프타는 방향족(BTX) 생산 등에 활용되거나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아 일부 물량이 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GS칼텍스는 중질나프타를 방향족(BTX) 생산에 우선 투입한 뒤 잔여 물량만 수출하고 있으며, 에쓰오일 역시 나프타 대부분을 자체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 계열 정유사들도 직수출 비중이 미미하거나 거의 없는 수준으로, 나프타 대부분을 국내에서 소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수출 제한 조치로 확보할 수 있는 추가 물량 자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정유사의 나프타 수출 물량을 국내로 전환하고 비축유 방출 등을 병행할 경우 4월 중순까지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다급하게 나프타 수출 제한을 언급한 것은 업계가 체감하는 수급 불안이 시시각각 높아지고 있어서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가동률 조정을 넘어 공장 가동 중단과 정기보수에 들어간 상태다. 현장에서는 공장 운영 전략 자체를 바꾸는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공장이 정기보수에 들어가면서 나프타 투입을 대산 공장으로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단순화하고 있으며, LG화학 역시 여수2공장을 가동 중단하고 여수1공장 중심으로 생산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타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제한된 원료를 핵심 설비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보유 재고로 최대한 버티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상태"라며 "가동률을 낮추면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물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더 큰 부담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물량도 문제고 가격도 문제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간헐적으로 나오는 물량도 가격이 몇 배씩 뛰어 현실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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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에도 경질과 중질이 있어 국내 석화업체가 사용하는 제품과 수출 물량의 성분이 다를 수 있다"며 "없는 것보다 낫지만 실제 투입 가능 여부는 품질과 스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 제품은 거의 모든 산업의 기초 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수급 문제가 장기화되면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등 일부 제품에서 수급 차질이 나타나는 등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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