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요청 20여일 만에 '마약왕 박왕열' 국내 송환…본격 수사
한-필리핀 정상회담서 요청…임시인도 받아
필리핀 수감 중에도 국내에 마약 유통 혐의
한국인 3명 총격 살해 주범 혐의도
정상외교 통해 초국가범죄 대응 성과
李대통령 "국민 해치는 자 지구 끝까지 추적"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필리핀 정상에게 직접 요청했던,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 씨의 신병이 확보됐다.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한국으로 마약을 밀수·유통한 혐의를 받는 박씨가 25일 임시인도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정부의 초국가 범죄 대응이 외교 공조를 넘어 실제 수사·사법 절차로 이어지게 됐다.
필리핀에 수감 중이던 일명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이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번 범죄인 송환은 정부가 송환 노력을 기울인 지 9년여만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달 초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약 3주 만이다. 2026.3.25 강진형 기자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재외국민 치안 문제를 거론하며 박씨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4일에 열린 마닐라 동포간담회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이면서도 계속 텔레그램을 이용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사람이 있다"며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범죄자 임시인도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의 요청에 20여일 만에 초국가 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필리핀으로부터 박씨를 '임시인도' 받았다. 임시인도는 범죄인인도 청구국의 형사절차 진행을 위해 피청구국이 자국의 재판 또는 형 집행 절차를 일시 중단하고 신병을 넘기는 제도다. 박씨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지만, 수감 중에도 한국행 마약 유통을 지휘하고 호화 수감 생활을 누린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이런 임시인도 방식은 과거에도 있었다. 법무부는 2015년 필리핀으로부터 '안양환전소·필리핀 연쇄 납치사건'의 주범 김성곤 씨를 임시인도 방식으로 국내 송환한 뒤 재판을 진행했고, 지난해 1월에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최종 인도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송환은 정상외교와 초국가 범죄 수사 공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경찰협력 양해각서(MOU)를 두 번째로 개정해 기존 범죄 수사 협력을 넘어 마약·온라인 스캠 등 초국가 범죄 대응, 도피사범 검거·송환, 공동조사와 합동작전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양국 치안 총수 회담에서도 수사정보 공유와 코리안데스크 강화, 송환 공조 확대가 별도로 합의됐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수차례의 외교·사법적인 노력에도 9년 넘게 난항을 겪어오던 박씨의 송환은 초국가 범죄 근절을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외교적인 노력에 따른 결실"이라며 "이 대통령이 보여준 결단력 있는 정상외교의 성과로 9년 넘게 교착 상태였던 인도 절차가 한 달 만에 해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수사 초점은 이제 박씨 개인의 신병 확보를 넘어 필리핀 현지와 국내를 잇는 마약 유통 조직의 전모를 밝히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박씨를 즉시 수사기관에 인계해 공범을 통한 밀수입·유통·판매 혐의를 들여다보고, 범죄수익의 흐름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는 의지다. 필리핀 교도소 수감자라 하더라도 국내 마약 유통을 계속 지휘할 수 있다는 선례를 방치할 경우, 사법 정의 훼손은 물론 다른 해외 수감자들의 모방 범죄까지 부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강 대변인은 "박씨의 송환은 해외에 숨어 있는 범죄자라도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초국가 범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며, 범죄자가 지구상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도록 국제 공조망을 더 촘촘히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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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엑스(X·옛 트위터)에 "대한국민을 해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잡는다"며 "한필(한국-필리핀) 우정과 정의를 위한 협력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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