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 크레딧 세미나 개최
철강, 단기 반등 기대…중장기적 경계
이차전지·석유화학 단기 업황개선 어려워

국내 건설업이 포트폴리오 획일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요인이 더해지며 반등이 아닌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철강과 2차전지, 석유화학 업계도 단기간 내에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24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KR 크레딧 세미나'를 열고 "호황기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한 착공 물량,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인 공사비 지수, 과거보다 현저히 높아진 브릿지론 연체율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건설업 경로는 과거와 같은 V자형 반등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에서 장기간 정체되는 L자형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이 24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KR 크레딧 세미나'에서 건설업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김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이 24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KR 크레딧 세미나'에서 건설업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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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건설업황에 장기적인 악조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현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순히 해외 사업의 변동성을 넘어 국내 사업의 원가 구조까지 직접적으로, 우리 생각보다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유가 변동이 시멘트나 철강 같은 주요 자재의 생산자 물가 지수에 바로 반영되고, '선분양'으로 고정 가격 계약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내 건설현장의 예정 원가를 끌어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건설업이 반등할 수 있는 시기는 '리스크의 가시성이 확보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단기적으로는 착공 물량 회복, PF 구조조정 마무리가 필요하고, 중기적으로는 미분양 해소, 지정학 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시공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에너지, 인프라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강 산업의 경우 단기적인 반등 요인이 존재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경계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둘 모두에서 핵심 변수는 '중국'으로 꼽았다. 철강업 다운사이클이 길어지는 배경에도 중국 내 공급 과잉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동민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단기 기대 요인으로 ▲중국 정부의 철강 생산 및 수출 통제 강화 ▲대미 철강 수출 증가세 ▲정부의 무역 구제 조치 강화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인 경계 요인은 ▲중국 철강의 질적 고도화와 구조조정의 불확실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수출 여건 저하 ▲구조적인 내수 감소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 등을 언급했다.


안 연구원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며 "정부가 철강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와 인프라 지원,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실질적 인센티브 마련, 건설·조선·자동차 등 수요 산업과 연계된 합동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철강사들은 저수익 사업 정리와 자산 합리화를 통한 재무 안정성 확보,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 수출 다변화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글로벌 시장 확대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차전지 산업은 전기차 수요가 확실히 반등하지 않으면 업황이 살아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경률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캐즘이 지난해부터 극복 단계에 진입했음에도 국내 셀 3사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로 '수요대비 과도하게 확대된 공급 구조'를 지목했다. 김 연구원은 "2021년부터 업계가 공격적인 증설을 단행했는데 캐즘으로 진입한 이후 (업계가) 속도 조절을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지속됐다"며 "늘어난 설비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자 가동률이 떨어졌고,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실적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가격만이 아닌 성능, 안전성, 충전 편의성 등 요인에서 최소 3가지 이상 진전이 나타나야 한다고 봤다. 이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자 업계가 ESS로 수요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ESS 수요만으로는 업황 개선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긍정적인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ESS가 단기간에 전기차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꾸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국내 셀 3사의 중장기 실적 회복권 업황 반등을 좌우하는 요인은 여전히 전기차 시장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구조개편을 단행 중인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서는 성공적으로 물리적 개편을 완수하더라도 업황 개선이 쉽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장미수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석유화학 설비 통합·감축 현황을 짚은 뒤 "구조개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의 업황 개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계획된 신증설 규모가 구조개편을 통해 예상되는 설비 감소 규모를 상회한다"고 했다. 2026~2028년 한국·중국·일본의 구조개편으로 예상되는 설비 감축의 최대 캐파는 에틸렌 기준 1400만t인데, 동기간 예정된 신증설 규모는 약 2200만t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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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봤다. 장 연구원은 "기초유분과 범용폴리머 주요 수출 시장이던 중국은 자급률이 크게 올라왔고, 설비 경쟁력 측면에서도 국내 NCC 대비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더라도 반드시 국내 업체의 유의미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측면의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스페셜티 중심의 사업 전환은 이제 필수 조건이 됐다"고 전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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