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곳 없어도 '붕어빵'

해외입양 0명, 현실적 대안 '국내입양'
여전한 사회적 편견은 과제
입양가족들 "대단하다" 대신 "축하해" 듣고파
핏줄보다 오래 곁을 지킨 시간이 만든 '가족'

'해외입양 0명'은 숫자를 줄이는 목표가 아니라 아이가 국내에서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가족과 보호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국내입양은 여전히 중요한 현실적 대안이지만, 사회의 시선은 아직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입양가족들은 주변으로부터 '대단하다'라는 말 대신 가족이 생긴 것을 '축하한다'라는 말을 더 듣고 싶다고 한다. 한 아이와 한 가족이 모두의 삶이 달라지는 순간이 있어서다. 지난달 17일 서울 강북구에서 국내입양 가족인 시우네를 만났다.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물었다.

국내입양 가족인 시우네는 여행을 즐긴다. 낯선 곳에서 가족의 소중함이 더욱 와닿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시우가 계절을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며 "올 여름에도 가족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 여행에서 찍은 가족 사진.(얼굴 공개는 원하지 않아 블라인드 처리)

국내입양 가족인 시우네는 여행을 즐긴다. 낯선 곳에서 가족의 소중함이 더욱 와닿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시우가 계절을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며 "올 여름에도 가족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 여행에서 찍은 가족 사진.(얼굴 공개는 원하지 않아 블라인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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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던 갓난아이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려 부부와 시선을 맞췄다. 생후 50일을 갓 넘긴 시우(가명·10세)는 그해 봄, 그렇게 김정숙·이석환(가명)씨 부부의 품에 안겼다.


시우를 만나기 전, 부부는 두 차례 아이를 잃었다. 첫째는 26주, 둘째는 24주차에 조산으로 떠나보냈다. 아이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입양을 결심했지만, 실제 입양기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남의 아이 키워봤자 소용없다", "핏줄이 중요하다"라는 주변의 말보다 "과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더 컸다.

당시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입양 절차를 총괄하는 '공적입양체계' 개편 전이었다. 부부는 민간 입양기관을 통해 시우를 만났다. 절차는 까다로웠다. 알코올 검사 등을 포함한 건강검진은 물론 정신병력, 동산·부동산 유무, 재직증명서, 최종학력 증명서와 성적증명서까지 제출했다.


양육계획서에는 부부의 장단점을 비롯해 어디서 어떻게 만나 결혼하게 됐는지까지 담았다. 김씨는 "친부모도 이 정도까지 준비돼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과거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던 것을 보면, 그래도 이 정도 검증은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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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는 발달이 빠른 것 같았다. 50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목을 가눴다. 나중에야 알았다. 기관에서 아이 입에 젖병만 물려두는 이른바 '셀프수유' 탓에 의도치 않게 목 근육만 먼저 발달한 것이었다. 분유를 먹다가 배부르면 스스로 고개를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시우는 불 끄고 자는 것도 무서워했다. 기관에선 3교대로 아이들을 돌보며 늘 형광등 불빛 아래 생활하다 보니, '불 꺼진 밤'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였다. 분유를 먹고 등을 두드려주면 '가짜 트림'도 했다. 기관서 빨리 트림시키려 등을 세게 두드리곤 했는데, 시우는 그게 싫었던지 얕은 트림으로 그 상황을 벗어나려 했다. 아이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한참을 기다려주던 어느 날, 시우가 길게 트림을 해냈다. 그 순간 김씨 마음속에 맺혀 있던 안타까움도 조금씩 내려갔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모든 발달이 더뎠다. 돌 무렵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의사 말에 진행한 검사에서 반척추 진단을 받았다. 척추가 자라다 만 선천적 기형이었다. 이후부터 시우는 몸이 한쪽으로 휘기 시작했다. 부부는 닥치는 대로 의학서적을 찾아보고, 전국의 병원을 수소문했다. 일찍 수술할수록 회복이 빠르다는 말에 시우는 만 3세에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척추는 다시 휘었고, 가녀린 몸에는 철심이 박혔다. 그래도 부부는 병원에서 더 아픈 아이들을 보며 서로를 다독였다. "이 정도는 괜찮아."


그런데도 검사 때마다 병명이 하나씩 늘었다. 난독증, ADHD, 발달장애 진단까지 이어졌다. 그때마다 부부는 "치료를 때려 부었다"고 했다. 그러다 염색체 이상 진단까지 나오자, 그동안 버텨냈던 둑이 무너지는 듯했다. 김씨는 진료실을 나와 저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눈물도 말라 나오지 않았다. 그때 시우가 다가와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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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부부는 지금도 주5일 병원에 다닌다. 서울대병원, 고대병원, 강북삼성 등을 오가며 척추치료, 안과치료, 언어난독 치료, 발달장애와 관련한 언어·놀이·인지치료, 물리치료로 한 달에 200만원 넘게 병원비를 쓴다. 부부는 "그래도 다행이다. 죽는 병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시우가 입양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부부는 오히려 "우리가 만나서 다행"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이제 슬슬 교육을 생각하며 학원 보낼 시기다. 김씨는 "남들은 대치동 라이딩을 한다는데, 저는 병원 라이딩을 하며 산다"면서 "어떻게든 고쳐보겠다고 마음먹는 제 모습을 보면, '정말 내 새끼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덕분에 시우는 거동이 불편했던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해졌다. 밝은 표정에 다정함까지 지녔다. 인터뷰하러 간 낯선 기자에게도 "가방 들어드릴까요?"라며 먼저 말 건넬 정도다. 다정함은 아빠 이씨를 닮았다. 이씨는 새벽 2~3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회사에 다녔다. 그러다가 시우가 자라면서 더 많이 놀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주 4일제인 곳으로 이직했다. 동네에서는 아이들 줄넘기 줄 잡아주는 아빠로 통한다. 시우는 그런 아빠를 아침 눈 뜨자마자 찾는다. 장난칠 땐 전속력으로 뜀박질해 그대로 몸을 던진다. 이씨는 "그만큼 아빠를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래도 시우에게 친부모가 따로 있다는 건 알려야 하지 않을까.


부부는 시우가 어릴 적부터 입양 사실을 자연스럽게 얘기해줬다. 가족의 시작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입양가족 모임에서도 "좋은 분위기일 때, 끊임없이 알려주라"고 조언한다. 입양부모 사이에서는 "입양 아이들이 겪을 후폭풍이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한 번에 크게 오는 것보다 여러 번 나눠 오는 편이 낫다"고 한다.


시우가 다섯 살 때, 동화책을 읽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날 낳아준 분은 왜 나를 못 길렀대?" 김씨는 이렇게 답했다. "상황이 안 됐대. 속상해서 많이 우셨대. 대신 시우에게 '제일 좋은 엄마를 찾아주세요'라고 했대. 그중 열심히 찾아서 엄마 아빠가 합격했어. 우리가 운이 아주 좋았어."


최근에는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조금씩 시우의 입양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러자 김씨 말을 듣던 한 친구 엄마가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 이렇게 똑 닮았는데?"


사실 시우와 부부는 닮은 곳이 없었다. 입양부모와 입양아는 보통 이미지 매칭으로 연결된다고 하지만, 시우와 부부는 이미지 매칭을 통해 연결된 경우는 아니었다. 부부는 혈액형 정도는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 가족 모두 혈액형도 다르다. 그런데도 10년의 세월이 흐르며 서로를 닮아갔다. 선한 미소와 웃으면 반달이 되는 눈매까지 세 사람 모두 꼭 닮아 있었다.


그래도 간혹 불안할 때가 있다. "나중에 시우가 우리 곁을 떠나면 어쩌지","친부모를 만나 더 좋아하면 어쩌나." 입양부모가 흔히 하는 걱정이다. 다른 입양가족이 그런 막연한 두려움을 다독여줬다. "친부모를 알고 싶어한다고 해서, 같이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에요."


시우에게 '가족'에 대해 물었다. 아이는 망설임 없이 부부를 바라보며 답했다.


"같이 사는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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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보다 오래 곁을 지킨 시간, 그리고 매일의 돌봄이 가족을 만들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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