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사수하려 경찰 깎아내리기 계속
경찰에 보완 요구 없이 자체 인지·추가 수사
"경찰 수사 미진했던 것처럼 읽히도록 왜곡"

검찰이 식당 주인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행패를 부린 60대 남성에 대해 보복협박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다만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한 뒤 발생한 추가 범행까지 '경찰의 미진한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성과'로 읽히도록 구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황수연)는 스토킹처벌법 및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경찰의) 단순 업무방해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로 동일 피해자에 대한 보복 협박, 스토킹 등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검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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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서울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피해자는 A씨가 술에 취해 소란을 일으켰다고 신고했다. 당시 관련 신고는 업주, 손님, 지나가다 그를 말린 행인 등 총 5건으로 피해자가 모두 달랐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로 A씨를 입건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A씨는 다시 식당을 찾아가 '신고를 취소하지 않으면 식당에 불을 지르겠다'며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이 내용을 확인했지만, 일회성에 그친 '단순 욕설' '일시적 분노 표출' 등으로는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고려해 단건 송치했다. 식당 업주를 제외한 나머지 신고자는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A씨가 구속 기소되는 데 주효했던 혐의는 대부분 송치 이후 '발생'했다. 사건이 검찰에 넘겨진 뒤 또다시 피해자를 찾아가 욕설을 하며 협박하거나 폭행까지 가한 것이다. 검찰은 이달 초 보복협박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이후 19일 경찰에서 동일 피해자에 대한 A씨의 특수폭행 혐의 사건을 추가 송치했고 검찰에서 이를 병합해 최종적으로 구속 기소한 내용이다.


검찰은 추가 혐의를 수사하면서 경찰에 따로 보완을 요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송치 이후 별도로 발생한 사건인 만큼 경찰 수사를 보완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찰에 피해자 안전조치를 요구한 게 전부였다. 당시에도 피해자가 '안전조치까진 필요 없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경찰이 직권으로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보호조치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검찰이 낸 자료의 주된 혐의는 송치 이후 발생한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검찰개혁의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보완수사권을 사수하기 위해 경찰 단계에서 부족했던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성과를 잇따라 자료로 배포하고 있다. 동일한 피해자·피의자인 만큼 연관 사건으로 보고 인지수사를 전개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미 경찰 손을 떠난 뒤에 발생한 혐의까지 경찰의 문제로 읽히도록 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단순' '보완수사' '밝혀냈다' 등 문구는 마치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던 것처럼 읽히게 한다"며 "엄밀히 말하면 여죄를 밝혀낸 게 아니라 송치 이후 발생한 연관 사건을 추가·인지 수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에 대해 업무방해보다 중형이 가능한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추가 적용한 검찰의 판단은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의미 있는 조치였지만, 중대 범죄가 아닌 사건까지 별도 자료로 배포한 건 남양주 살인 사건으로 비판받는 경찰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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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송치 전까지는 업무방해 1회가 맞다"면서도 "피의자는 업장의 단골이었고 피해자가 추가 위협을 걱정하는 진술을 해 단발성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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