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정책 빗나갔다…'500만명' 한국 온 중국 더 끌어오고, 日은 다시 오게 해야
입국자 수만 세는 '관광정책의 한계'
방한시장 절반 차지한 중·일도 처방은 정반대
순위·총량에 갇힌 정책…시장의 결 못 읽는다
중국은 더 끌어와야 하고, 일본은 다시 오게 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 관광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진 두 나라 얘기다. 그런데 정책은 아직도 둘을 같은 숫자표 안에 세워둔다.
관광전문기자협회가 25일 발표한 '방한 상위 15개국 여권 보유율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방문객은 548만969명, 일본은 365만3137명이었다. 두 시장 합산 비중은 48.23%였다. 숫자만 보면 둘 다 같은 핵심 시장이다. 하지만 같은 자료에서 제시한 추정치 기준 여권 보유율은 중국 11.4%, 일본 17.0%였다. 순위는 비슷해도 결은 다르다는 뜻이다. 하나는 더 넓게 열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이미 온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방한객 수는 결과를 보여주는 숫자다. 전략을 짜는 숫자는 따로 있다. 얼마나 더 나올 수 있는지, 얼마나 다시 오게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머물고 얼마나 쓰는지, 서울에 머무는지 지역으로 퍼지는지까지 봐야 한다. 그런데 정책의 언어는 여전히 입국자 수와 국가별 순위, 총량 목표에 머문다. 숫자는 잡히는데 시장은 잘 안 보인다.
중국과 일본부터가 정반대다. 중국은 최대 시장이지만 아직 덜 열린 시장에 가깝다. 여권 보유율이 11.4%에 그친다는 점은 그만큼 추가 유입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방도 분명하다. 크루즈 기항지 다변화, 항공 노선 확대, 지방 소도시 접근성 강화다.
반면 일본은 이미 한국 방문 경험이 누적된 시장이다. 더 찍어내는 유치보다 이미 온 사람을 다시 오게 하고, 수도권에 몰린 수요를 지방으로 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 서태석 라쿠텐 한국지사장이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젊은 일본 여행객의 방문이 수도권에만 지나치게 집중돼 지방 분산이 대단히 어려운 구조"라고 한 말이 그 현실을 보여준다. 같은 1·2위 시장인데도 한쪽은 저변 확대, 다른 한쪽은 재방문 고도화가 핵심이다. 상위 시장을 한 덩어리로 보면 정책은 처음부터 빗나간다.
정부가 양적 지표를 앞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바운드 숫자는 국제 비교가 가장 쉽다. 일본은 이미 3000만명을 넘겼고, 한국은 그 격차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재방문율이나 체류일수, 객단가 같은 지표는 조사 방식과 시차 문제로 통계 생산이 더 까다롭다. 인바운드 숫자는 빨리 나온다. 설명하기도 쉽다. 정책이 그 숫자에 끌리는 이유다. 문제는 그 편한 숫자가 전략까지 대신하기 시작할 때다.
다른 시장으로 가면 한계는 더 선명해진다. 많이 오는 시장과 많이 쓰는 시장은 다르다. 서울로 몰리는 시장과 지역으로 풀 수 있는 시장도 다르다. 대만과 미국은 성장세를 지역 확장으로 연결할 여지가 큰 시장이다. 실제로 대만은 지난해 189만1414명이 찾아 전년 대비 28.3% 성장했다.
중국이 6년5개월만에 한국 단체관광의 빗장을 풀면서 국내 여행·호텔·면세점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홍콩·싱가포르·캐나다·호주 같은 시장은 숫자보다 체류일수와 소비의 깊이가 더 중요하다.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인도처럼 잠재력은 크지만 병목이 다른 시장도 있다. 어떤 곳은 할랄 인프라가, 어떤 곳은 비자와 항공 공급이, 어떤 곳은 가족형 상품과 의료관광 연계가 승부를 가른다. 시장마다 막히는 지점이 다른데, 정책은 아직도 같은 문장으로 시장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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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섭 국립목포대 관광학과 교수는 "인바운드 숫자는 국제 비교가 쉽고 정부가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지표여서 정책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중국과 일본처럼 같은 상위 시장도 성격이 다른 만큼 재방문율, 체류일수, 지방 유입 가능성 같은 질적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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