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현미경]전쟁 속 드러난 보험산업의 두 얼굴
글로벌 지정학 긴장…보험사엔 '위기와 기회'
중동, 해상보험 마비에 리스크 확산
유럽, 금리 상승·방산 투자기회 부상
이란 전쟁 여파로 해상보험 시장이 사실상 기능을 멈추며 보험료 급등 및 재보험 위축 등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방위비 확대에 따른 투자처 확대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보험사 자산운용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부각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해상보험 시장 경색이 지속되고 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상선 피격 사례가 잇따라 접수되고 수백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 인근에 발이 묶이자 일부 민간 보험사들은 신규 인수를 중단하는 등 위험 노출 축소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쟁·테러 등 특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전쟁위험보험료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전쟁 이전 선가의 0.1~0.2% 수준이던 보험료는 전쟁 초기 1%를 넘어선 데 이어 최근에는 5% 수준까지 치솟았다. 선가 1억달러 규모의 유조선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번 항해할 때마다 500만달러에 달하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해상보험 기능이 급격히 위축되자 정부 개입 사례도 등장했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보험사 처브(Chubb)를 중심으로 한 200억달러 규모의 공적 보험 프로그램을 가동해 해상 운송 리스크를 일부 떠안고 있다. 민간 보험시장의 대응 여력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재보험 시장의 위축 또한 부담이다. 이미 자연재해 손해 증가로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던 재보험사들이 중동 리스크까지 반영하며 인수 여력을 줄이고 있다. 재보험 비용 상승은 결국 원보험사의 부담으로 전가되며 이를 단기간에 보험료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사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과 주식의 평가손 위험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환율 불안정까지 겹칠 경우 외화 자산 비중이 높은 보험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장기부채를 보유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자산운용 수익률 감소가 지급여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진억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서 해상화물보험과 에너지보험의 손해율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국내 보험사들은 중동 관련 인수 기준을 재점검하고 전쟁 면책 약관 정비 및 재보험사 다변화, 외화 자산의 방어적 운용 등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위비 확대·금리 상승…보험 자금 '투자기회' 확대
전쟁이 보험사에 부담만 안기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보험사의 투자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은 군사적 긴장이 서유럽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안보 불안 속에 국방비 지출을 크게 늘렸다. 이 과정에서 국채 발행이 확대되며 재정 부담도 함께 커졌다. 이에 유럽 주요국은 민간 장기자금을 방위산업 및 이중용도 인프라 투자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생명보험과 연금 자금이 주요 타깃이 됐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생명보험 계정에 편입 가능한 방산테마 펀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공투자은행을 통해 관련 투자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방위비 확대에 따라 국채 발행이 늘면 시장에 공급되는 채권 물량이 증가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이 또한 보험사에는 긍정적 요인이다. 보험사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채권으로 운용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신규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고 기존 저금리 자산에서 투자수익이 보험계약자에게 약속한 수익률에 못 미치며 발생하던 손실 부담도 완화된다. 동시에 부채 할인율 상승으로 부채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자본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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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유럽 각국의 방위비 확대에 따른 금리 상승은 보험사 입장에서 국채·우량채 재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보유채권 평가손에 따른 자본비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고 방산 투자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평판 리스크와 연결되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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